▲ 홍일표 (국회의원 (한나라·인천 남갑))
[경인일보=]2004년에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를 할때 천성산에 사는 도롱뇽이 천성산에 사는 동식물을 대표해서 공사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사안은 동물에게도 인간처럼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권리능력이 있는지, 나아가서 인권처럼 동물권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화제를 모았다. 만약에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인권과 동등하게 동물에게도 동물권을 인정하게 된다면 동물을 식용이나 실험대상으로 할 수도 없고, 털이나 가죽을 이용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 법원은 여기에 대해서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에서도 당사자 적격이 인정된 사례가 없고 (미국은 법체계가 달라서 원용하기 어려움), 당사자 적격을 인정한다고 해도 도롱뇽이 모든 도롱뇽이나 천성산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어서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도롱뇽 아닌 다른 동식물이나 늪지나 강 등이 자신의 이익을 주장하며 도롱뇽의 대표성을 부인한다면 끊임없는 소송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동물에게 인간과 같은 권리능력을 부여한다면 인간이 동물을 사용하거나 처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인간은 동물에게서는 물건과는 다른 애정이나 공감을 느끼기 때문에 동물을 보호해야 되고, 이용할 때도 불필요하게 고통을 주어서는 안된다. 동물에게도 복지는 필요하다.

우리나라 가축전염병예방법이나 농림수산식품부의 구제역 긴급행동지침에는 전염병에 걸린 가축의 살처분 방식으로 사살, 전기충격, 타격, 약물사용 등 가운데 선택한다고 규정되어 있어서 사실상 생매장은 금지되어 있다. 필자는 지난 16일 있었던 국회민생특위에서 돼지 생매장 방식의 야만성을 지적하고 개선대책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이번 구제역 파동에서 문제가 된 것은 단지 살처분 방식만이 아니다. 밀집형 축산이란 전근대적 사육환경과 먹이나 물, 휴식이 제공되지 않는 마구잡이 운송 등이 동물복지를 침해하고, 전염병에 취약한 산업구조를 만든 것으로 지적된다. 일년 내내 임신과 출산만을 반복하며 출산기계의 삶을 강요받는 암퇘지들, 좁은 닭장 안에 닭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는 공장형 양계장 등 현대의 공장식 축산업은 동물이 살아 있는 생명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안전과 복지를 박탈했다.

이 결과 성행하는 것이 구제역 같은 동물 전염병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남미, 유럽처럼 가축을 방목하거나 넓은 공간에서 사육하는 나라에선 구제역이 덜 발생하고 있다. 밀집형 축산사육 시스템을 고치지 않으면 구제역은 언제고 재발할 수 있고, 현대에 들어서 인간이 눈을 뜨게 된 동물보호와 복지의 이념을 거스르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번 민생특위에서 필자는 우리도 빨리 국제기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의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EU 등 선진사례를 참고하여 동물복지지침을 만들고, 동물복지형 축산농장 인증제 및 축산물 표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물에 대한 복지강화는 동물이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지각이 있는 존재라는 세계인의 인식과 함께하면서도 우리 축산산업구조를 전염병에 강하고, 글로벌 기준에 적합하도록 개선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