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평택/김종호·민정주기자]천안함은 수 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침몰 후 함미가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20일동안 유가족들이 느껴야 했던 희망과 절망, 함체를 인양한 이후에도 발견되지 않은 시체를 찾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바다를 헤매고 또 헤맨 전우들의 초조함은 온 국민을 울렸다. 한편으로는 침몰 원인에 대한 수많은 의혹이 불거졌다. 정부가 합동조사단을 꾸려 침몰 원인을 북한에서 제조한 음향유도어뢰에 피격당해 침몰한 것으로 발표했지만 논란은 그칠 줄을 몰랐다. 그래서 천안함은 세상에 공개됐다.
천안함은 지금 고향의 품에 있다. 1989년 평택 제2함대에 배치된 후 22년만에 반이 잘려지고 깊은 흉터를 안은채 돌아왔다. 지난해 '끔찍한' 일을 겪은 후로도 함미와 함수가 모두 인양되기까지 29일동안 어둡고 차가운 바닷속에서 긴 고통의 시간을 지낸 후에야 비로소 모항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 뒤에도 수 개월을 숱한 조사와 논란에 시달리고서야 겨우 안식을 취할 수 있었다. 처참한 모습으로 모항에 돌아온 천안함이 지난 해 7월 대중에 공개된 이후 9개월이 지났다. 그 동안 11만1천여명이 천안함을 직접 보기위해 제2함대로 왔다. 그들 중에는 각국의 군관련 고위급 인사와 주요 대사들도 있고 군인도 있다. 기업체에서 단체관람을 하기도 하고 수학여행을 오는 학생들도 있었다. 안타까운 사건을 끝으로 이제 영원히 귀향한 천안함은 역사책 속의 한 페이지를 차지한 거북선과 달리 현재의 우리 안보를 대변하는 산 교과서가 됐다.
첫 대면한 천안함의 앞 모습은 웅장했다. 상처를 숨긴 함수의 앞 날은 여전히 유려하고도 예리했다. 거치대가 함체의 양쪽을 받치고 있지만 똑바로 서 하늘을 향해 있는 뱃머리는 아직 그 위용을 잃지 않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거치대를 밀어내고 바다로 나아갈 듯했다. 그러나 조금만 각도를 돌려서 동체를 보면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처가 그 날의 아픔을 머금고 있다. 천안함의 절단면 사이, 서서 배의 갑판을 올려 보니 찢기고 구겨진 함수와 함미의 갑판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그러나 두 조각난 철판은 이제 더 이상 만날 수가 없다. 안타깝게 뻗어있는 갑판 아래로 이어지는 배의 내부는 처참했다. 철제 구조물 사이로 수십가닥의 전선들이 늘어져 있다. 매끈하게 잘려진 절단면에는 녹이 붉게 슬어있다. 함미의 스크루는 날이 부러진 채 멈춰버렸고, 해저에 한 달 가까이 누워있던 동체의 오른쪽은 부식돼 원래 빛깔을 잃었다.

천안함을 견학하러 온 사람들은 해군 장교로부터 직접 천안함의 상태와 피격 사건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지금은 올해초 천안함 안내 장교로 발탁된 김경연(27·여) 대위와 서형권(28) 중위가 견학자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는 김 대위가 견학자들을 교육하고 있었다. "좌초로 인한 사고였다면 바닥에 있는 음파탐지기가 손상돼야 하는 데 전혀 그런 흔적이 없습니다…함저 부분의 철판이 위쪽을 향해 밀려 올라가 있다는 것은 어뢰 폭발 시 발생한 버블제트가 밀어 올린 것으로…." 20여분에 걸쳐 천안함의 구조와 사고 당시 상황, 사고 원인 조사 결과에 대한 증거들을 설명하는 김 대위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비장함이 느껴진다. 중간중간 딴 짓을 하거나 잡담을 하는 견학자들이 있으면 "집중해 달라"며 꾸짖기도 한다. 김 대위는 "천안함 피격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리고 적의 실체를 느끼게 하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군 제2함대 사령부 김영규 소령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의 발표에 대하여 논란이 많은데 직접 와서 보면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에 천안함을 일반 대중에게도 공개하게 됐다"며 "공개하니 논란도 어느정도 줄어들고 국민들이 안보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도 마련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견학 온 사람들은 평택항의 매서운 바람을 맞으면서도 천천히 천안함을 살펴보고 설명을 들었다. 추모메시지를 남기고 사진을 찍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천안함 사건이 새롭게 기억되고 있었다. 1사단 기무단의 초청으로 관람하러 온 보훈가족 단체 회원 박현숙(72)씨는 "함께 온 사람들이 모두 미망인이나 상이군인의 가족들이다보니, 천안함 유가족들 생각에 눈물이 났다"며 "이들이 부디 편안히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전북 익산에서 온 이상권(52)씨는 "천안함을 직접 보니 북한의 공격 의도가 확실히 느껴졌다"며 "빨리 통일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화성에서 온 이효정(30)씨는 "직접 보고 설명도 들으니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며 "나중에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천안함 1주기가 가까워진 요즘 해군 제2함대에는 하루 1천500여명이 천안함을 보러 방문하고 있다. 2함대 정문에는 '나의 전우를 건드리는 자, 죽음을 각오하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1999년 11월 인천에서 평택으로 사령부가 이전된 후 2함대는 1999년 제1연평해전, 2002년 제2연평해전에 이어 지난해 천안함 피격사건까지 겪어야 했다. 그래서 천안함 1주기를 맞이하는 마음이 각별하다. 제2함대 관계자는 "벌써 1년이 지났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지만 우리는 아직 북한을 응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며 "다시 도발해 오면 반드시 몇 배로 갚아주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 전시현장을 견학하려면 미리 신청해야 한다. 견학시간은 토·일요일을 포함 오전 10시, 오후 1시, 3시 하루 3차례로 개인은 3일전, 단체(20명 이상)는 5일 전에 신청해야 한다. 신청은 인터넷 해군 홈페이지(www.navy.mil.kr)에 접속해 '천안함 견학' 메뉴에서 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2함대 안보현장 견학담당자에게 문의(031-685-4123)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