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수 (안양 튼튼병원 관절센터 원장)
[경인일보=]지난해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발표한 건강보험 고액환자 조사 결과, 남성은 뇌경색·협심증·백내장·위암 등 주로 순환기계와 암으로 인해 고액 진료가 많은 반면, 여성은 백내장·무릎관절증·뇌경색·당뇨병·유방암 순으로 진료를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특히 관절염에 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여성은 남성에 비해 무릎관절이 작아 강도가 약하다. 또한 허벅지 부근 근육의 양도 적다. 따라서 같은 압력이 가해지면 선천적으로 남성에 비해 무릎관절에 더욱 부담이 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유난히 한국 여성에게 퇴행성관절이 많은 것은 생활습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인 좌식생활 습관과 가사노동은 여성에게 관절염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가사일을 할때 무릎을 쪼그린채 걸레질을 하거나 욕실 청소를 하는 경우 무릎은 평소보다 8배의 하중을 지탱해야 하며, 이로 인해 무릎연골의 손상이 가속화된다. 또한 휴식을 취할 때도 무릎을 꿇고 앉거나 양반다리 자세인 경우가 많은데, 이렇듯 무릎을 구부리고 펼 때는 슬개골과 대퇴골이 계속 과도하게 눌린 상태로 있게 되고, 이 뼈들을 지지하는 인대에 스트레스가 작용해 무릎통증이 생겨 무릎관절에도 심한 압력을 주게 된다. 또 나이가 들수록 체중이 증가하면서 무릎관절에 가해지는 압박은 커지는데 골다공증으로 인하여 뼈는 약해지고 운동 부족으로 근육이 점점 약해지는 것도 관절염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젊은 여성들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주부들과 달리 젊은 여성들은 하이힐 착용과 자세 불량,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퇴행성 관절염 초기에 해당하는 '연골연화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하이힐을 신고 한쪽 몸으로 비스듬히 서거나, 팔자걸음을 걷는 습관이 생기면 슬개골이 바깥쪽으로 쏠리게 만들어 바깥쪽 슬개골 연골에 무게를 가중시켜 연골 손상을 가속화하게 된다. 여기에 다이어트를 위해 무리한 유산소 운동도 무릎관절의 조기 퇴행을 불러올 수 있다.

관절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사노동을 줄이는 것이 좋지만 그렇다고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때는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바닥에 엎드려 걸레질을 하는 것은 무릎과 팔꿈치에 상당한 무리가 가는 동작이므로 가능하면 밀대형 걸레를 사용하거나 스팀청소기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설거지를 할 때는 발 아래 작은 박스를 놓고 한 쪽 다리씩 번갈아 가며 올려놓으면 한쪽 무릎으로 치우치는 무게를 분산시킬 수 있다. 무릎 꿇은 자세, 양반다리를 피하기 위해 앉을 때는 방바닥에 앉기보다 의자나 소파에 앉도록 하고 만약 방바닥에 앉아야 할 때는 방석을 깔고 무릎을 쭉 펴고 앉는 것이 좋다.

식사나 수면같은 기본적인 일들도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살이 찌는 성인들은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관절 건강을 지키는 길이 된다. 체중이 늘지 않도록 섬유질과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짜고, 체내에 요산, 칼슘 등이 쌓여 통풍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수분 섭취는 충분히 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수면 부족은 체내의 염증을 악화시키는 주 원인. 따라서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침실이나 실내 환경의 알맞은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데, 관절염은 기압의 차이에 의해 통증이 달라질 수 있어 흐리거나 비오는 날처럼 기압이 낮은 날은 통증이 더 심해진다. 이런 때는 실내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여 통증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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