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박상일·최해민기자]광교신도시는 지자체가 건설하는 전국 최초의 신도시이자,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행정·첨단산업·위락·친환경 등의 요소를 모두 갖춘 최초의 신도시로 일찍부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광교신도시는 애초의 거창했던 계획대로 조성될 '시대적 운명'을 타고나지 못했다. 본격적인 사업 착수를 앞두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신도시 계획을 대대적으로 손질하더니, 이후 급락한 부동산 시장의 여파로 이제는 사업성을 고심하며 계획을 뜯어고쳐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 파격적인 출발=광교신도시는 지난 2004년 6월 30일 개발 예정지구로 처음 지정됐다. 당시 개발지구 명칭은 '경기첨단 행정신도시 건설을 위한 수원이의지구'였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첨단 산업과 행정이 어우러진 신도시 건설이 목표였다. 당시 예정지구 면적은 1천107만1천㎡ 규모였고, 시행자는 경기도와 수원시였다.
광교신도시는 이어 2005년 12월 30일 택지개발계획 승인을 받아 첫 밑그림을 완성했다. 이때 명칭이 '광교 택지개발예정지구'로 변경됐고, 경기도·수원시·용인시·경기지방공사 등 4개 공동사업자가 확정됐다. 당시 그려진 광교지구의 첫 그림은 면적 1천127만8천여㎡에 2만4천가구 6만명의 인구를 수용, 인구밀도 53.2명/㏊의 파격적인 저밀도 개발이었다.
■ 대대적인 변경=하지만 이처럼 파격적이었던 개발 계획은 2007년 6월 26일 승인·고시된 실시계획에서는 전혀 다른 그림으로 바뀌었다. 신도시 면적은 거의 그대로 둔채, 호수를 2만4천가구에서 3만1천가구로 7천가구 늘리고, 계획인구도 6만명에서 7만7천500명으로 30% 가까이 늘렸다. 이로 인해 도시환경의 평가 기준이나 다름없는 인구밀도가 53.2명/㏊에서 68.7명/㏊로 급등했고, 공원녹지 비율은 45.5%에서 41.9%로 낮아졌다. 제한된 땅에 인구를 늘리려다 보니 단독주택 용지는 72만5천532㎡에서 20만3천343㎡로 쪼그라든 반면, 아파트 용지는 108만7천971㎡에서 146만6천88㎡로 대폭 늘어났다. 광교산 자락의 대규모 단독주택용지가 무더기로 아파트 용지로 바뀐 것도 이때였다. ┃표 참조
이같은 대폭적인 인구계획 변경에 대해 당시 경기도 등은 "2006년 11월 15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화 방안에 따른 것으로, 재경부·환경부·건교부 등 관계부처의 협의 의견을 반영해 주택공급 물량을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불안정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정책에 광교신도시가 희생된 셈이다.
2007년 실시계획 승인 과정에서는 또하나의 커다란 변경이 이뤄졌다. 애초 계획에 없었던 대규모 철도기지창(12만5천900㎡)이 신도시내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당시 건교부는 광교신도시를 지나는 신분당선 연장선의 역 수를 2개에서 3개로 늘리고, 신도시 서북편에 대규모 기지창 시설을 두도록 했다. 도시내 철도기지창은 도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기피시설로 '민원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렇게 대대적으로 손질된 광교신도시 계획은 당시 '광교명품신도시 추진계획'으로 포장돼 화려하게 발표됐다.
경기도 등은 당시 광교명품신도시를 도시가 가져야 할 다양한 기능을 모두 갖춘 신도시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자족도시를 만들기 위해 경기도청사와 법원·검찰청은 물론 수원컨벤션호텔, 중기센터, 나노팹센터, 워터랜드휴양문화단지 등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친환경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광교산과 조화되는 저층저밀의 주거단지를 조성하고, 물 순환망과 바람통로·생태이동통로 등의 도입을 발표했다.
■ 사라진 '명품성'=한차례 대대적인 변경을 거쳐 2007년 발표된 '광교명품신도시' 계획은 이후 4년간 또다시 이곳저곳이 손질되면서 갈수록 도시의 명품적 요소가 사라졌다.
컨벤션관련시설용지는 2008년 4월에야 택지개발계획과 실시계획에 정식으로 반영됐지만, 당초와 토지이용계획이 크게 달라졌다. 컨벤션시설은 특히 용지공급의 방법과 가격을 놓고 경기도와 수원시간의 갈등까지 빚어져 사업시행 여부도 안갯속이다. 컨벤션시설용지와 인접한 비즈니스파크는 사업자를 찾지 못하면서 토지를 분할하고 도로 등을 추가하는 변경이 추진되고 있다. 애초 비즈니스파크에 광교신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초고층 건축물을 조성하겠다는 등의 세부계획도 사실상 무너졌다. 자족도시의 기반이 되는 도시지원시설은 갈수록 쪼그라들어서, 2005년 택지개발계획 승인 당시 51만3천19㎡였던 용지면적이 38만9천189㎡로 줄어들었다. 도시지원시설용지도 판매가 어려워지자 곳곳을 분할하는 등의 변경이 진행되고 있다. ┃지도 참조
광교산 자락에 들어서기로 했던 대규모 친환경 한옥마을은 지난 2008년말에 계획에서 사라졌다. 높은 건축비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을 뒤늦게 하고는 블록형 단독주택 용지로 바꿨기 때문이다. 보행자도로의 면적도 최초 3만2천368㎡에 달했으나, 계획이 변경될 때마다 줄어들어 현재 1만5천668㎡로 '반토막'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