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정책의 전환은 재정적자에서 기인한 것이다. 오마바 대통령은 영국 역사학자 폴 케네디가 제기한 '제국적 과잉팽창'- 재정적으로 부담할 수 없는 수준의 군사력 증강 -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사실 부시 대통령의 '테러와의 전쟁'에 비하면, 오마바 대통령의 리비아 공습 작전 '오디세이 새벽'은 병정놀이 수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디세이 새벽' 작전에 소요된 전비가 첫 1주일에만 6억 달러(약 6천663억 원)에 달했다. 현재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재정적자의 축소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제출한 예산안의 대폭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예산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 2월 로버트 게이트 국방장관은 향후 5년간 780억 달러 감축안을 발표한 바 있다.
1991년 제1차 걸프 전쟁 당시 미국은 33개국이 참가한 다국적군 편성을 통해 전비를 우방국에 분담시킨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군사작전에 적극적인 프랑스와 영국 역시 재정적자 감축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난관에 당면할 것이다. 당시 대규모 경제지원을 했던 독일은 리비아에 대한 군사적 응징을 허용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973호에 기권하였다. 군사동맹국 일본은 장기 불황으로 인한 재정적자에다 지진 피해를 복구하느라 여유가 없다.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도 서방국가들의 공습에 찬성을 하지 않았다.
한편, 미국은 아랍권 반정부 시위대가 서구식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시민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장기 독재에 대한 불만보다는 식료품 가격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생활고에 의해 촉발되었다. 따라서 미국은 반정부 시위대가 공정한 선거를 통해 서구식 민주주의를 도입하지 않고 무력을 통한 권위주의 정권의 수립을 시도할 수 있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반정부 세력이 새롭게 수립한 정권이 친미/친서방 외교정책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1950년대 이집트 나세르 대통령이 주창한 아랍 민족주의를 우려해온 미국은 우호적인 국가의 독재정권을 용인하는 소위 '커크패트릭 정책'(Kirkpatrick doctrine)을 적용하였다. 전국적으로 시위가 확산될 때까지 미국 정부가 중동의 대표적 친미파인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의 지지를 공식적으로 철회하지 않았으며, 바레인의 시아파 시위를 탄압하기 위한 사우디 아라비아의 파병을 암묵적으로 승인하였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은 정치사회적 불안정으로 야기된 치안 공백이 테러리스트 세력의 확대를 촉진시킬 가능성도 걱정하고 있다. 9·11 이후 리비아와 예멘은 미국과 함께 '테러와의 전쟁'의 주적인 알카에다 색출을 위한 공동 작전을 수행해왔다. 지난 28일 예멘 남부에서 벌어진 폭발사고에 알카에다와 연계된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가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마바 대통령의 제한적 개입 정책은 상충되는 목표를 절충하려는 고육지책에 불과하다. 카다피 대통령이 도움을 받는 반정부 세력의 공세를 잘 버텨낼 경우, 이 정책의 한계는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