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오동환 객원논설위원]'하루모니'라면 '하루에 쓰는 돈(모니)'인 줄 알지 모르지만 '할머니'를 일본에선 '하루모니'라 부른다. 꽃다운 열일곱 열여덟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후 평생을 '나 홀로' 치욕적인 모멸감과 고뇌의 더께를 켜켜이 가슴에 쌓은 채 고독하게 살아온 80대 '하루모니'들이 오히려 일본 지진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추모집회를 갖고 성금을 모은다는 건 한계를 넘은 인류애의 극대화이자 박애정신의 위대한 진화(進化)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엔 또 한센(Hansen)인들의 천사 같은 마음씨다. 역시 일제 때 강제노역과 가혹행위를 당한 소록도 한센인들이 닷새 동안 745만원의 위로금을 모아 일본 후생노동부에 기탁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야말로 더 이상 진화할 수 없는 고귀한 박애정신이 아니고 무엇인가.

일본을 향한 인류애는 끝도 없다. 남미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대통령의 지시로 다량의 가솔린을 일본에 제공키로 했다고 마두로 외무장관이 엊그제 발표했고 일본과 영토분쟁 중인 중국도 '가솔린 1만 톤, 디젤오일 1만 톤 등 일본에 무상제공할 2만 톤의 생산을 완료해 탱커(유조선)에 적재할 단계'라고 지난 23일 페트로차이나(石油天然氣)그룹의 따렌(大連)석화공사(石化公司)가 밝혔다. 역시 영토문제로 껄끄러운 러시아도 일본에 LNG 공급을 증강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장 국제적인 주목을 끈 지원은 미국의 로봇 소방사다. 군용 로봇을 납품하는 매사추세츠 주의 로봇 메이커 아이로봇사(社)가 폭발물 탐지 등 위험 임무를 전담하는 로봇 4대와 조종인 6명을 26일 일본에 파견한 것이다.

만약 일본 원전 복구 50결사대를 모두 로봇 소방사로 대체할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피폭 염려도 없이 자유자재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게 아닌가. 그러나 그러기엔 이미 때를 놓쳤다. 이제 1억3천만 일본인들은 자신들을 지원한 전 세계 116개국의 천사들을 향해 일제히 머리 숙여 감동의 눈물을 쏟아야 마땅하다. 행여 순결무구(無垢)한 박애주의 인류애에 허망한 배신감을 안겨준다면 그건 사람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