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을 향한 인류애는 끝도 없다. 남미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대통령의 지시로 다량의 가솔린을 일본에 제공키로 했다고 마두로 외무장관이 엊그제 발표했고 일본과 영토분쟁 중인 중국도 '가솔린 1만 톤, 디젤오일 1만 톤 등 일본에 무상제공할 2만 톤의 생산을 완료해 탱커(유조선)에 적재할 단계'라고 지난 23일 페트로차이나(石油天然氣)그룹의 따렌(大連)석화공사(石化公司)가 밝혔다. 역시 영토문제로 껄끄러운 러시아도 일본에 LNG 공급을 증강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장 국제적인 주목을 끈 지원은 미국의 로봇 소방사다. 군용 로봇을 납품하는 매사추세츠 주의 로봇 메이커 아이로봇사(社)가 폭발물 탐지 등 위험 임무를 전담하는 로봇 4대와 조종인 6명을 26일 일본에 파견한 것이다.
만약 일본 원전 복구 50결사대를 모두 로봇 소방사로 대체할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피폭 염려도 없이 자유자재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게 아닌가. 그러나 그러기엔 이미 때를 놓쳤다. 이제 1억3천만 일본인들은 자신들을 지원한 전 세계 116개국의 천사들을 향해 일제히 머리 숙여 감동의 눈물을 쏟아야 마땅하다. 행여 순결무구(無垢)한 박애주의 인류애에 허망한 배신감을 안겨준다면 그건 사람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