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오후 12시20분께 서울 마포구 아현초등학교 2층의 1학년 2반 교실.

   학생 20여 명이 조용히 복도에 줄을 섰다. 위생모를 쓰고 앞치마를 입은 자원봉사 주부들이 아이들의 식판에 녹두밥과 김치 콩나물국을 퍼주고 샛노란 연어 커틀릿(튀김)과 깍두기 등을 얹었다.

   아이들은 대부분 10여 분만에 식판을 깨끗이 비웠다. 이소정(7)양은 연어 커틀릿을 가리키며 "돈가스인 줄 알았는데 생선이라 놀랐다. 쌀밥이 더 좋지만 녹두밥도 괜찮다"며 웃었다.

   학교 영양사 김은정(40ㆍ여)씨는 "예산 문제로 쌀과 고기, 채소 일부만 친환경 상품으로 쓰지만, 고기 반찬을 주당 3번 이상 나오게 하는 등 식사의 질(質)을 일정하게 유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초등 1∼3학년에 대해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애초 예산 부족과 음식 질 하락 등의 우려가 컸으나 현장에서는 '제도가 안착했다'는 호평이 적지 않다.

   학부모들은 급식비를 낼 필요가 없어 자녀 양육비 부담이 줄었다는 점을 특히 반겼고 저소득층 자녀에게만 급식비를 지원하며 나타나는 위화감이 해소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또 무상급식을 도입하며 급식단가를 2천457원으로 작년보다 200원 높인 덕에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와 한파로 생긴 먹을거리 가격 급등에도 비교적 타격이 작았다는 분석도 있다.

   아현초교 정문에서 만난 1학년 학부모 장선희(43.여)씨는 "무상급식 때문에 반찬이 부실해지고 식중독 위험이 커질 것 같아 걱정했는데 문제가 없었다. 친환경 식단 덕에 아이 편식 습관이 없어진 점도 좋다"고 말했다.

   금천구의 초교 1학년 학부모인 김정희(37.여)씨는 "학교 급식이 맛있어 가정에서 주는 밥보다 오히려 낫다는 부모들도 많다"고 했다.

   그러나 무상급식의 `미래'를 놓고 우려도 적지 않다.

   시교육청이 급식 비용을 대다수 부담하는 상황에서 예산과 관련된 악재가 잇따라 터져, 재정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교육과학기술부는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신설비를 무상급식 재원 등 다른 용도로 유용했다며 교부금을 약 1천억원 삭감했다.

   무상급식 등을 둘러싸고 현 곽노현 교육감과 정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서울시는 2조3천859억원에 달하는 올해 교육특별회계 전출금 지급을 계속 미뤄 예산 부담과 압박이 커지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에 올해 1∼3월 동안 총 6천52억원의 법정 전출금을 신청했지만 시는 '제출 자료가 부족하다'며 지난달 말 1천500억원만 내놨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장 무상급식과 관련해 금전적 어려움은 없으며 추가 재원이 필요하면 추경예산 등의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