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강한 이익 창출력이 돋보였다.

   3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전년도와 비교 가능한 1천393개(국제회계기준 도입 41개, 미도입 1천352개) 상장사를 분석해 발표한 '2010년 사업연도 영업실적'은 한 단계 레벨업된 이익을 보여줬다.

   이들 상장사가 작년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94조8천435억원으로 전년보다 38.20% 늘었다.

   글로벌 금융ㆍ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월한 경쟁력을 보이면서 작년 전체 상장사들을 사상 최대 실적으로 이끌었다.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도 머지않았음을 예고했다.

   대우증권[006800]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준비가 된 사람에게 위기는 기회다. 2008년 금융위기로 다른 나라가 고생하던 것을 우리는 IMF때 끝냈고, 구조조정 등 체질 개선을 먼저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100조원에 가까운 이익은 2010년을 기점으로 우리 기업의 이익 수준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라고 말했다.

   ◇절대 이익 레벨업…100조 시대 청신호
   지난해 연간 이익이 사상 최대일 것이라는 사실은 오랜 기간 시장의 컨센서스일 정도로 실적 잔치는 예상됐다.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등 국내 대표기업이 작년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잇달아 내놨기 때문이다.

   매출에서 매출원가, 인건비 등 판매 관리비를 제외한 영업이익은 40% 가까이 늘었다. 순이익은 53조2천674억원에서 84조272억원으로 무려 57.75% 급증했다.작년 수출 기업에 우호적이던 환율 효과를 봤다.

   코스피가 2,000에 다다랐던 경기호황기 2007년에도 영업이익이 70조원에 못 미쳤던 것을 감안하면 절대 이익 규모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외형도 커졌다. 분석 대상 상장사들의 매출액은 1천206조590억원으로 전년보다 14.33% 증가했다.

   작년 경제 성장이 가팔라지면서 매출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상장사들의 제품 경쟁력이 크게 강화된 요인이 컸다는 분석이다.

   1~2분기 시장 예상치를 웃돌던 실적이 3~4분기에 다소 주춤하면서 100조원 돌파는 다음으로 미뤄졌지만, 저력을 확인했다.

   이익의 절대 규모가 늘면서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주가이익비율(PER) 9배 수준으로, 다른 이머징마켓 가운데 러시아 다음으로 낮다. 추가 주가 상승의 논리가 된다.

   신한금융투자 이선엽 애널리스트는 "이익이 질적, 양적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경기도 좋아졌지만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반영됐다. 자동차, IT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었다"고 평가했다.

   ◇IT.車 쌍두마차…이익 급증세
   지난해 영업이익이 크게 성장한 데는 전기전자 업종이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기전자 업종은 메모리반도체, LED TV, 스마트폰 등 IT제품을 주력상품으로 내세워 영업이익이 무려 758.47%나 증가했다.

   특히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약 17조3천억원에 이르며, 전년보다 58.3% 올랐다.

   자동차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았다.

   현대차와 기아차[000270]는 영업이익은 각각 3조2천266억원, 1조6천802억원으로 영업이익 상위 20개사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두 업체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44.37%, 46.81%에 이른다.

   이들 업종의 선전은 수출 호조와 설비투자 확대, 민간소비 증가가 맞물리면서 전기전자, 운수장비, 운수창고, 기계, 화학 업종의 순이익을 매우 증가시키는 상승원동력이 됐다.

   반면 주택경기 침체와 해외 건설 부문의 부진, 이로 인한 시멘트 수요 감소 등으로 건설(-41.62%)과 비금속광물(-55.24%)은 적자를 냈다.

   ◇100조 시대의 그늘…유가-코스닥 양극화
   화려한 실적 속에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대기업 위주의 유가증권 실적과 중소기업이 많은 코스닥 실적은 차별화됐다.

   삼성, LG그룹 계열사들이 포함된 유가증권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한 상장사 25개사의 영업이익은 26.07%, 현대차, 현대중공업[009540] 계열사 등이 포함된 기존 한국기업회계기준(K-GAAP)을 사용한 573개사는 45.91% 급증했다. 순이익도 각각 39.82%, 73.26% 늘어났다.

   IFRS는 연결재무제표를, 기존 회계는 개별재무제표를 주 재무제표로 한다.

   코스닥은 기존 회계기준을 쓰는 779개사는 20.29%, IFRS 적용법인은 11.75%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단순 합산하면 유가증권의 증가율 39.4%에 코스닥은 20.07%로 뒤쳐진다. 코스닥 순이익은 오히려 감소해 작년보다 실제 재미는 못봤다.

   영업이익률도 유가증권 상장사는 1%포인트 정도 올라간데 반해 코스닥은 0.18%포인트에 그친다.

   이 애널리스트는 "후방기업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체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상생을 많이 해야 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003540] 박중섭 애널리스트는 "작년 실적이 늘어난 것은 크게 놀랄 일이 아니고, 이 때문에 주가도 20% 이상 올랐다. 올해 실적 자체도 지난해보다 늘겠지만 기저효과가 약한 만큼 증가율은 둔화할 것이어서 주가도 작년만큼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