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경인일보=]지역사회의 금융소외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사회적기업 및 시민사회단체 등, 지역을 '공간'과 '대상'으로 하는 단체의 자금 사정은 예나 지금이나 무척 어렵다. 이는 지역성을 갖는 주체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충분한 대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금융소외'가 현저한 우리 지역금융시장의 현실을 의미한다. 이렇듯 금융시스템으로부터 배제된 지역 주체들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기 때문에 인재, 기술, 전문성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있다. 지역의 고용문제를 비롯하여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이들이 자금 제약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시민금융'의 등장

이러한 우리 지역사회의 양상과 맥을 같이 하는 일본에서는 최근 이와 같은 지역 금융소외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이 대지진 이전부터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이중 '시민금융'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이다. '시민금융'이란,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환경, 복지, 교육, 경제, 개발 등과 같은 다양한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사회적기업 및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이러한 단체의 관계자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소규모 비영리 은행을 의미한다. 이러한 목적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각자 출자한 돈으로 소규모 대출을 시행하고 있는데, 특히 중요한 것은 일반 사적 금융기관과는 달리 '시민금융'은 경기 변동과는 무관한 안정적인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불황 국면에서 그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는 사회사업에 대해 무담보 저리 대출을 시행하여 그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불황으로 인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영리회사의 투자의 경기변동성을 상쇄시키고 있다. 해서 지역사회 전체의 거시경제 안정성이 확보되어 실업과 기업도산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시민금융'을 제공하고 있는 기관이 무려 10개나 되며, 주로 사회적 문제와 관련한 실천을 선호하는 지식인들의 주도에 의해 설립되어 퇴직 은행원과 같은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들이 대출을 담당하고 있다.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에 대한 긍정적 작용

이와 같은 '시민금융'의 움직임으로 인해, 일반 지역밀착형 금융기관도 지역사회의 문제와 관련된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우리의 신협과 유사한 일본 각지의 노동금고는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지금껏 수익성이 있는 사업에 대해서만 대출을 한정하는 등, 지역사회의 금융소외를 초래한 일 원인으로 작용해왔으나, '시민금융'의 영향을 받아 금융의 공공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여 최근 경쟁적으로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킨키 노동금고는 교토노동자복지협의회의 예금 1천만엔을 보증금으로 하여, 교토의 사회적기업 및 NGO를 대상으로 최대 5천만엔을 사업 착수자금으로 융자하고 있으며, 융자 대상 기관의 공익성 심사는 중간지원조직인 교토 NGO센터가 담당하고 있다. 이는 금융기관과 NGO, 그리고 노동자단체가 컨소시엄을 맺어 커뮤니티 금융의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인 사례이다. 일본 교토가 아시아 사회적기업의 메카로 불리는 것이 이 때문이다.

'금융의 공공성'과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이와 같이 일본에서는 각지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금융가들에 의해 커뮤니티 금융시스템이 창안되고 있다. 이들로부터 시민섹터가 가져야 하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뜨거운 가슴과 '금융' 그 자체가 갖는 근본적 역할을 추려내는 차가운 머리를 느낄 수 있다. 사회적 사업은 금융의 공공성과 결합되어 추진될 때 그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어 이는 지역사회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사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또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시민금융'이 뿌리내려야만 한다. 우리 정부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경직적 자금 지원, 일반 금융기관의 수익성원리주의, 심각한 금융 양극화 현상을 고려하면 더 더욱 그러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이제 '차가운 머리'를 발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