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동원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
[경인일보=]최근 삼성그룹이 바이오사업의 본거지로 송도를 선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다는 선언이 있었다. 그동안 지역경제를 주도할 '중심'이 없던 인천에게 삼성의 투자는 큰 호재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인천경제의 '진정한' 도약이라는 관점에서 침착하게 정돈할 이슈들이 있다. 그 이슈들은 다음 두 쟁점이다. 첫째, 삼성 바이오가 주는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이해다. 이 이슈는 기존 디스플레이와 휴대폰에서의 효과와 대비되는 바이오 효과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포인트다. 둘째, 삼성 바이오가 밟을 전략적 경로에 대한 이해다. 삼성은 우선 기존 IT제조업에서의 노하우를 살리는 전략을 선택하고 경험을 축적한 후 바이오 신약 분야를 공략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에 따른 인천경제 주체들의 대응전략이 포인트다.

첫째, 삼성 바이오가 인천경제에 남길 진정한 효과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바이오산업이 지역경제에 남길 효과는 기존 삼성이 경북·구미의 휴대폰사업에서 남겼던 결과와는 다르다. 삼성이 주도했던 기존 IT제조업 클러스터에서는 중소부품업체들이 모여들고 지역 고용시장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바이오사업이 지역경제에 주는 효과는 이와 다르다. 바이오 클러스터가 형성된다 하더라도 고용 증가 혹은 부품업체 집적이 발생하지 않는다. 굳이 기대한다면 바이오 발명이 주특기인 연구 벤처기업들이 모여들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노동집약적 기업이 아니므로 고용효과는 그다지 높지 않다. 오히려 바이오 클러스터가 주는 가장 명확한 효과는 '지식'을 지역에 공급하는 효과다. 바이오 업체들이 증가하면서 지역에 유용한 바이오 지식이 풍성해진다. 이렇게 지역에 지식이 풍성해지면, 지역 우수 인재들의 벤처창업이 증가하며 기존 제조업체들의 지식산업으로의 전환도 활발해진다. 또한 창조인력이 모여들면서 도시 자체가 창조도시로 변모하는 효과도 발생한다. 종합적으로 바이오산업은 IT제조업의 효과와는 달리 창업과 지식창조 측면의 효과를 지역경제에 남기는 것이다.

둘째, 삼성은 바이오 역량을 축적하기 위해 초기에는 자신의 과거 장점에 기대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즉, 바이오 중에서도 가급적 제조업과 유사한 분야를 먼저 선정하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 경험을 쌓은 후 바이오 신약시장에 도전할 것으로 예견된다. 삼성 스스로도 우선 CMO(원료의약품 생산)방식으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에 집중할 것임을 밝히고 있는데, 이것은 독창적인 연구개발사업이 아닌 제조업 방식임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서 CMO방식은 원청업체로부터 의약품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방식으로서 삼성에게 익숙한 사업 모델이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바이오 신약사업이 투자금액이 크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성급하게 승부를 걸 수 없다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삼성 바이오의 추진단계는 바이오시밀러 단계와 바이오신약 단계로 구분될 것인데, 각 단계마다 상이한 대응전략이 요청된다. 바이오시밀러 단계에서는 초급 수준의 인력수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며, 바이오 신약 단계에서는 고급 연구인력 공급에 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바이오시밀러 단계에서 바이오 신약단계로 진행되면서 점진적으로 지역대학으로부터 첨단연구결과의 수혈과 연구협력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알고 보면 바이오 인프라가 강한 지역이다. 그동안 구심점이 없어서 폭발력을 모으지 못했을 뿐이다. 지역 대학들의 바이오 연구역량이 높은 편이며, 국내 최초 CMO업체인 '셀트리온'이 위치하고 있다. 미국 GMP기준을 갖춘 국내 유일 시설물인 '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도 소재하고 있으며, 또한 향후 바이오 제약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해양수산물도 풍성한 곳이다.

삼성 바이오를 계기로 모든 바이오 역량이 집결되어 인천경제의 도약을 창조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