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전국에 많은 양의 비가 예보돼 '방사능 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방사성 농도도 짙을 것이라는 외국기관의 관측까지 나와 누리꾼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 주말 이른바 '노르웨이 시뮬레이션'이 인터넷에 떠돌고 나서야 방사능 비가 내릴 개연성을 인정한 것처럼 이번에도 기상청이 '뒷북'을 치는 것 아니냐는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기상청은 짙은 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섞여 있는 일본 쪽 바람의 영향권에 들지는 않는다며, 비가 내리더라도 영향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독일 기상청은 6일 홈페이지(http://www.dwd.de)를 통해 협정세계시(UTC)를 기준으로 7일 0시, 한국시각 오전 9시에 부산을 비롯한 남해안 지방이 일본 도쿄와 히로시마(廣島) 등 원전 사고가 난 후쿠시마(福島) 남쪽 대부분 지역과 비슷한 방사선 농도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후쿠시마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 입자들의 상대적 분포'라는 이름의 이 자료는 일본 열도와 한반도, 일본 연안 태평양의 방사선 농도를 지도상에 여섯 가지 색깔로 표시하고 있다.
독일 기상청은 일본 후쿠시마에서 북동쪽으로 길쭉하게 가장 짙은 농도의 방사선이 분포할 것으로 예측했고 대구와 광주, 대전 등 남부지방 대부분도 남해안보다는 옅지만, 방사성 물질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기상청은 자료에서 "원천의 강도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그림이 방사성 물질 입자의 실제 농도에 대한 최종적 판단이라고는 할 수 없다"며 "단지 가상의 분출이 원전을 중심으로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기상상황에 따라 어떻게 희석돼 있는지 보여준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이 예측대로라면 농도가 짙건 옅건 7일 새벽부터 8일 오전까지 우리나라에 방사성 물질이 섞인 비가 내릴 공산이 크다.
이러한 예측 자료가 인터넷에 퍼지자 누리꾼은 '방사능 비' 공포가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다.
아이디 'so******'은 "바로 옆에서 오는 방사선을 맞는다고 생각하니 체르노빌 원전 피해가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했고 'ma*******'는 "6일과 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 국민이 집에서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누리꾼은 "우리나라에 방사능 비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데 왜 그런 이야기를 독일 기상청에서 들어야 하느냐"며 "관련 당국이 안전하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어 불안과 불만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상청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등은 지난 주말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바람이 6일 한반도에 상륙한다'는 노르웨이 대기연구소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누리꾼 사이에 퍼진 뒤에야 방사능 비가 내릴 가능성을 내비쳐 '뒷북 대응'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기상청은 시뮬레이션이 과장됐다며 7일 예측되는 바람의 흐름을 따져볼 때 일본에서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날아와 비에 섞여 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기상청은 7일께 후쿠시마 부근 지상 1~3㎞의 기류가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동쪽으로 이동해 태평양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별도로 동중국해에서 불어올 남서풍은 지구를 한바퀴 돌아온 편서풍의 일부일 것으로 보여 방사성 물질을 싣고 올 수는 있지만 농도는 인체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일본 역시 원전 근처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방사선 농도가 극히 미미한 정상 수준"이라며 "편서풍이 지구를 한 바퀴 돌았기 때문에 극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는 것은 전세계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예측 자료는 상당히 과장돼 있고 신빙성이 떨어져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참고자료로 보는 게 좋다. 시뮬레이션을 통한 예측은 48시간 이상인 경우 신뢰도가 낮고 기상학적으로 후쿠시마의 기류가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