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정의종·이호승기자]4·27 재보선에서 성남 분당을에 출마한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는 주말인 지난 9일 중앙공원과 탄천을 걸어다니며 산책나온 시민들에게 '90도 인사'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이날 오후 탄천을 찾은 기자의 손을 잡아당기면서 "분당은 한나라당보다 강재섭 인기가 더 좋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정자동 사무실에서 가진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당선 이후 당내 역할에 대해 "한나라당이 야당시절의 '헝그리 정신'을 잊었다. 새로운 맑은 정신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역설했고 "누가 분당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때마침 선거사무실을 찾은 김무성 원내대표 등 몇몇 당내 인사들과 앉은 자리에선 한 중진의원이 "에러만 없으면 이길 것"이라고 인사를 건네자 강 후보는 "중앙당에서만 '에러'하지 않으면 된다"고 받아쳐 나홀로 선거운동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말에 너무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힘들지 않나.
"힘들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다. 오히려 격려해 주시는 분당 주민분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힘이 솟고 즐겁다."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상당히 많았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영입설도 끊이지 않았는데, 안상수 대표 등 당 지도부에 서운하지 않았는지.
"이미 다 지난 일 아닌가. 나는 이미 다 잊어 버렸는데, 그리고 안상수 대표와 홍준표 최고위원과는 전화로 섭섭했던 거 다 풀었고 또 그 분들이 좋은 난과 화분을 보내 주기도 했다. 나는 언제나 당이 화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홀로 선거운동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내가 이번에 선거운동 방식을 특별히 바꾼 것은 아니다. 나는 원래 지금처럼 선거운동을 했다. 국회의원, 수행원들을 우르르 몰고 다니는 것은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폐만 끼치게 된다. 조용히 내 이름과 앞으로 할 일을 말씀드리면 충분히 지지해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
-대구에서만 4선을 지냈다. 지난번 총선 당시엔 불출마 선언까지 했는데, 이번에 분당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
"야당대표로서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치르고 임기를 다 채운 후 2년여가 지나니깐 정계은퇴를 한 것도 아닌데 왠지 숙제를 안 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하늘이 준 기회인지는 몰라도 내가 살고 있는 분당을 지역에 보궐선거가 생겼다. 같은 성남이라도 다른 지역구에 살았다면 명분이 없었을 텐데 우연찮게도 분당을에서 15년을 살고 있다. 분당 신도시 조성 때부터 살아와서 원주민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명분이 있다 싶어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당선된다면 계속 분당을에서 출마할 생각인가.
"너무 당연한 걸 물어보는 것 같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앞으로 정계은퇴를 하는 그날까지 분당을 떠나서 정치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부인이 강 후보 사무실 개소식 축사한 것을 놓고, 19대 총선에서는 지역구를 돌려주기로 약속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실성 없는 얘기다. 권혜정 여사가 축사를 한 것은 오랫동안의 인연과 신뢰 때문이지,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억측이다."
-이번에 당선된다면 6선 의원이 된다. 당의 최고참 중진의원이 되는 셈인데 당을 위한 강 후보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현재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 시절의 '천막정신'이나, 내가 야당대표 때 정권교체를 위해 몸부림치던 시절의 '헝그리 정신'을 벌써 잊어버린 거 같다. 이대로는 안 된다. 새로운 맑은 정신을 불어넣어야 한다. 내가 그 역할을 하겠다. 당을 업그레이드시키겠다. 정권재창출을 위해 당의 '소금' 역할을 할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또 당선된다면 7선 의원이 된다. 국회의장, 당대표, 대권주자 등 운신의 폭이 크게 넓어진다. 강 후보의 정치적 목표는 무엇인가.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지금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하고 만다. 현재 민심하고 한나라당은 물과 기름이다. 10년 만에 얻은 정권을 다시 좌파에게 내 줄 수는 없다. 한나라당이 다시금 역사에 죄를 짓지 않도록 밀알이 되겠다. 당을 잘 화합해서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겠다."
-현재 판세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손학규 대표를 이길 자신이 있는가.
"당연하다. 손 대표는 야당 대표로 지금 최고점에 있고, 나는 지난 3년간 실업자 생활을 해 최저점에 있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번 선거는 분당의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지 대통령 선거가 아니다. 누가 더 분당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느냐를 분당주민 분들은 다 알고 계신다."
-손학규 민주당 후보와 소위 '빅매치'를 벌이게 됐다. 손 후보의 출마를 어떻게 생각하나.
"손학규 후보는 당적을 옮기고 지역구를 계속 바꾸는 것에 대해서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제대로 받아 봐야 하는데, 이번에 그런 것에 대한 평가를 받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손 후보와 비교했을 때, 자신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15년째 이곳 분당에 살고 있다. 누구보다 지역의 사정을 잘 안다. 그리고 분당의 주민들은 수준이 매우 높다. 나는 5선 국회의원과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다. 주민들은 비중있는 인물을 원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대한 정체성이 확고한 분들이다. 내가 가진 국가관, 정치 성향과 대체로 잘 통한다. 또 한나라당에 대해 호의적이다.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까지 하신 분이 민주당 간판으로 나오셔서 분당에서 표를 달라고 하니 분당 주민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반면 나는 한나라당 대표로 지난 대선과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단 한 번도 당을 떠난 적이 없다. 주민들이 분명히 이런 차이를 잘 인지하고 있다."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소통하고 대화하고 통합해야 하는데 지난 3년간 그렇지 못했다. 전월세 대란, 물가 급등, 고유가 등으로 서민경제는 비상인데도 당과 정부는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데 급급하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당이 정부 부처를 불러 혼도 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내에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는데 내년 총선은 어떻게 보나.
"이대로는 어림도 없다. 민심이 바다라면, 현재 한나라당은 그 위에 떠 있는 한 줌 기름이다. 서민에게 고통을 주는 물가가 오르면 당이 나서서 토론도 하고 정부에 요구도 해야 하는데 아예 포기한다. 그래 놓고 뭐가 잘못되면 서로 삿대질만 열심히 한다. 내가 한나라당에 새로운 맑은 정신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것이다."
-분당을 비롯한 1기 신도시 지역의 초기 아파트 단지가 15년이 지나 노후화 되면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작년에 국토해양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불허한 것은 좀 잘못됐다고 본다. 무조건 불허할게 아니라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것보다 리모델링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된다. 국회에 들어가면 먼저 당내에 '노후아파트 리모델링 특위'를 만들어서 수직증축을 통한 일반분양, 국민주택기금 활용, 취득·등록세 감면 등 제도를 개선하도록 함께 노력하겠다."
-신분당선 미금역 건설도 지역 현안 가운데 하나다. 어떻게 생각하나.
"신분당선 미금역은 최초 환승역으로 추진했을 때, 경제성 분석에서 B/C가 1 미만으로 나오면서 추진이 어렵게 되었던 것이고 환승역이 아닌 정차역으로 경제성을 분석했더니 B/C가 1.07이 나와서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당연히 설치돼야 하는데 일부 다른 지역에서 반발하고 있는 것은 오해를 풀어야 한다. 미금 정차역이 생기더라도 강남까지 가는데 1분밖에 늘어나지 않는데 이런 부분을 믿지 않는 거 같다. 미금 정차역이 생기게 되면 타 지역 분들도 미금역에 볼 일이 있을 때 오히려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많이 알리고 설득해야 될 것 같다."
-당선된다면 지역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을 소개해 달라.
"너무 많다. 그런데 1년 만에 그런 걸 다한다고 하는 것도 무리인 거 같다. 그래서 법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 계속 검토 중에 있다. 며칠만 기다리면 제대로 된 공약을 내놓겠다."
※ 강재섭 후보는…
▲1948년3월28일 경북 의성 출생
▲경북고, 서울대 법대
▲고등고시(12회) 사법과 합격
▲육군 법무관(만기 제대)
▲광주·부산·대구·서울지검 검사
▲대통령비서실 정무·법무 비서관
▲서울고검 검사
▲13·14·15·16·17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부총재·원내대표·최고위원·대표최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