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7 분당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0일 성남시 분당구에서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경인일보=김태성기자]지칠만도 한데 지친 기색이 없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좌우할만한 비중때문인지, 선거에 나선 그의 모습에선 비장감마저 흐른다. 민주당의 대표이자 4·27 분당을 재보선에 출마한 손학규 후보는 자신의 선거 외에도 당 대표로서 당 공식 일정과 강원·김해 선거지원 등도 병행하는 부담속에서도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가며 선거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손 후보는 경인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출마가 중산층에서 시작되는 대한민국의 변화를 입증하기 위함임을 강조했다. 이는 이번 선거가 단순한 지역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목적으로 끝나지 않고 국가의 흐름을 좌우할 선거임을 규정한 것. 또한 이번 선거를 통해 분당에서부터 우리 사회의 분열과 대립을 치유하는 대한민국 공동체를 회복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역 연고가 없는 분당에 뒤늦게 출마 결정을 했다. 출마의 의미를 어떻게 봐야 하나.

"이번 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반목과 갈등과 분열을 넘어서 서민과 중산층의 민생의 위기, 민주주의와 평화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 보수와 진보가 따로 가지않고 부자와 서민, 중산층이 함께 잘사는, 우리가 꿈꾸던 대한민국의 길로 가야한다는 절박함을 느낀다. 갈수록 꿈과 희망을 잃어가는 서민과 중산층의 안정된 삶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변화의 길을 시작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시대의 대변혁은 중산층이 동의하고 참여할 때 가능했다. 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중산층 도시 분당에서, 서민과 중산층이 다함께 잘사는 세상, 그 새로운 변화의 길로 가도 되는지 신임을 얻고자 한다. 대한민국 변화의 길을 분당에서부터 시작할 것이다."

-유력 차기 대선 주자다. 야권 후보로 가는 길에 힘을 싣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개인의 미래보다는 민주당의 미래, 국민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만 생각하고 있다. 민생고에 짓눌린 국민들에게 새로운 길이 있다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대한민국이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는데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온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우리 중산층과 서민에게 더 안정되고 더 안전하고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대한민국으로, 지금 바꿔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분당에서 여당(한나라당)이 패배할 경우 현 정권에 상당한 치명타가 예상된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특히 분당을은 역대 한나라당의 아성이었고, 임태희 비서실장의 자리였다. 이같은 점도 출마에 작용했나.

"정치공학적 계산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번 선거는 여야의 대결이 아니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아니다. 손학규와 그 누군가와의 대결로도 생각지 않는다. 이번 대결은 '분열도 상관없다'는 믿음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의 대결이 될 것이다.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세력과 '미래를 위해 바꿔야 한다'는 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은 변해야 한다는, 함께 잘살아야 한다는 신념에 대해 분당구민들의 신임을 요청할 것이다."

-지역구 선거인 만큼 분당지역에 대한 공약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분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산층 도시다. 분당이 균형있게 발전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게 하는 것은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라고 본다. 도지사로 있으면서 분당지역에 가장 신경썼던 일도 도시의 자족기능을 강화하고 거주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었다. 정자동에 킨스타워를 세워 첨단기업을 유치하고, 판교테크노밸리 조성, 신분당선 연장 등을 시작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몇 년 사이 분당 주민들의 자존심이 많이 상한 것으로 안다. 주민 중심의 친환경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지원할 것이다. 또한 신분당선 미금역 설치를 적극 추진하겠다. 공교육을 살려 교육 명문 신도시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게 하는 것도 공약중 하나다."

-고소득층, 중산층이 주로 거주하는 분당에서 서민을 지향하는 민주당의 정책과 공약은 먹히기 어려울 수도 있다. 비책은.

"분당은 '변화를 바라는 중산층의 도시'다. '더 나은 삶, 우리 아이들에게 더 행복한 내일을 전해주고 싶다'는 열망이 중산층을 이끄는 힘이다. 요즘 매일 아침이면 출근하는 직장인들과 아침 인사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분들과 손을 잡을 때마다 변화의 열망을 느낀다. 중산층 대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좀 잘 살게 해달라. 정치 잘 해달라'는 말씀을 많이 주신다. 지금 우리 사회의 중산층들이 현 정부의 정책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고, 삶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7%이고, 대학생 등록금은 미국에 이어 세계 2등이다. 이렇게 해서야 중산층이 행복할 수 있겠나. 나는 대한민국 공동체의 회복을 분당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분당 주민들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분들이다."

-김해을에서 민주당은 참여당의 경선 방식을 수용했다. 분당을에 출마 선언했던 참여당 이종웅 후보는 이같은 영향으로 후보를 사퇴하고 사실상 손 대표를 지지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연대의 시발로 봐도 되나.

"우선, 김해을 민주당 곽진업 후보의 희생적 결단으로 야권 단일화 협상이 결실을 맺게 된데 감사한다. 자신이 불리할 줄 알면서도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야말로 노무현 정신이다. 이번 4·27 재보선의 야권연대 전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소중한 교훈도 얻었다. 민주당을 비롯한 모든 야당은 더 큰 목표를 위해,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대동단결해서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의 길로 함께 나아갈 것이다."

-여당의 전 대표와 승부를 벌이게 됐다. 상대 후보의 강점과 약점을 꼽는다면.

"개인적으로 훌륭한 분이다."

-상대 후보의 손 대표에 대한 '철새론' 주장이 한창이다. 한나라당 당적으로 도지사를 지냈고 이로 인한 지지층도 많았다. 분당 거주 경험이 없는 것도 철새론의 한 주장이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나는 경기도에서 태어났고, 도지사를 지냈고, 이제 경기도에서 중산층을 살리려는 변화의 대장정을 시작하고자 하는 것이다. '행복한 중산층이 많은 세상'을 먼저 분당에서 시작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항상 내가 서 있어야 할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나의 방향은 일관됐다. 시대가 요구한다면, 어떤 힘든 길도 기꺼이 나아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걸어왔다. '경기도를 땀으로 적시겠다'고 도민과 약속했고, 정말 저의 땀으로 경기도 곳곳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 희망의 씨앗이 자라나고 있음을 본다. 대선 참패로 무너진 민주당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시대적 책무 앞에, 나는 '모든 것을 던지겠다'는 각오로 '종로'에 출마했듯이, 이번에도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희망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이곳 분당에서 그 변화의 대장정을 시작하고자 몸을 던진 것이다."

-지난해 민주당 소속 현 시장의 성남 모라토리엄 선언에 대한 분당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 성남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게 주내용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지자체 재정의 건전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건전 재정 확보의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용기있는 결단이었다고 평가한다. 과거 독선적이고 견제되지 않는 지자체들의 잘못을 시정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호화 청사 건립 등 과시형 사업과 외형적 이미지 홍보에 치중하고, 포화상태까지 개발사업을 추진해 극도로 열악해진 지방정부의 재정을 내실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 박빙의 승부다. 여론조사를 신뢰하나.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는 않지만, 현재는 많이 뒤져있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분당 구민들에게 변화해야 한다는, 그리고 우리는 변화할 수 있다는 진정성과 의지를 전달하는데 전력할 뿐이다."

- 당선된다면, 그후 정치 행보는 어떻게 되는가.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중산층이 나서면 세상이 바뀐다. 1987년 6월, 군사독재를 꺾고 민주주의를 가져오게 한 결정적 주인공도 중산층이었고, IMF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금모으기 운동'에 나서며 전세계를 감동시켰던 주인공도 중산층이었고, IT혁명의 최일선에서 대한민국을 IT강국으로 도약시킨 주인공도 중산층이었다. 분당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우리 중산층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고 나서는 순간, 정치도 '분열과 대결의 정치, 그들만의 정치'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정치'로 바뀔 것이다."

※ 손학규 후보는…

▲ 1947년 11월 22일 경기도 시흥 출생

▲ 경기중·고, 서울대 정치학과

▲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정치학 박사

▲ 인하대·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14~16대 국회의원

▲ 제33대 보건복지부 장관

▲ 민선 3기 경기도 지사

▲ 통합민주당 공동대표

▲ 현 민주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