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명호·이현준기자]"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도 우리는 아직도 '인천시민'이 아닙니다."
지난 15일 오전 중구 차이나타운에서 만난 인천화교협회 회장 진영창(52)씨는 대뜸 지갑에서 외국인 등록증을 꺼냈다.
F-5, 영주 체류 자격을 의미하는 숫자가 적힌 이 외국인 등록증이 1세기 넘게 인천에서 터를 닦고 살아온 지역 화교(華僑)들의 실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진 회장은 말했다. 시민으로서의 의무는 다 지우면서, 그 혜택은 받지 못하는 현실을 이 외국인 등록증이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연평도 포격 이후 인천시가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한다며 요란한 계획을 세우고, '인천방문 중국주간 행사'까지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인천에 사는 화교들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1883년 인천 개항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인천에 터를 잡고 살아온 이들이다. 한국 화교사의 중심에 인천 화교들(인천출입국관리소 추산 2천여명)이 있지만 정작 그들은 인천에서 더 천대받고 있다.
인천시민 뱃삯 할인 제도에서 그 차별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인천시는 지난 2008년부터 시민에게 여객선 요금 50%를 할인해 주고 있다. 연평도 포격 이후에는 섬 관광을 활성화한다면서 30%를 추가로 더 깎아주고 있다. 그러나 화교들은 외국인이란 이유로 시민이 누려야할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화교들은 주민세와 소득세 등 시민이 내야할 세금은 모두 내고 있다. 조례를 개정하면 이들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지만 시는 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65세 이상 시민에게 지급되는 무료 교통카드, 무자녀 독거노인에게 적용되는 수당 등도 받지 못한다. 차이나타운에는 화교 경로당도 없다.
화교 유천해(57)씨는 "이미 대구에서는 65세 이상 화교 노인들도 무료 교통카드를 지급받고 있다"며 "시가 화교를 이용한 대형 이벤트 축제에는 수억원씩 쓰면서 정작 우리를 인천시민으로 인정해 주지는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2006년부터 화교들에게까지 투표권이 부여됐지만, 지역 정치인들조차 이들을 무시하긴 마찬가지다.
진영창 인천화교협회 회장은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찾아와 우리의 건의사항을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한다"며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에는 우리와 한 약속 대부분은 지켜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근대사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화교, 그러나 이들은 아직도 인천에서 '영원한 이방인' 대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