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일본 동북부의 지진 및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인한 공포 확산, 중동국가의 내전 및 소요 확산 상황 등으로 인하여 어느 때보다 '지구촌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나홀로 안전할 수 없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국제적 공조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는 지진·홍수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의 예방 및 구호체계 구축, 원자력 안전 강화, 지역분쟁 해소, 반테러 공조 및 기후변화 협상의 조속한 타결 등을 위한 의회간 협력 방안이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첫 G20 국회의장회의는 작년 G20 정상회의 공동 주최국이었던 캐나다의 오타와에서 열렸다. 당시 회의에서 박희태 의장은 정례화 및 차기회의 한국 개최를 제안했으며, 이번 회의는 절대 다수 참석자들의 지지 속에 서울 유치가 결정되었다. 우리 의회는 지난 1983년 국제의원연맹(IPU) 70차 총회를 75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도 있다. 지금은 총력외교(total diplomacy)의 시대다. 그중 의회외교는 특히 중요하다.
모든 국가의 정책과 조약은 의회의 법안과 예산을 통해서만 생명을 얻는다. 따라서 국가 간의 핵심 현안은 행정부간의 1차적 관계에 이은 의회를 통한 2차적인 안전 고리가 중요하다. 각종 FTA를 앞두고 양국 간 국회의 비준 문제가 첨예하게 떠오르는 이유 중 하나다.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도 최근 한 언론 기고문을 통해 군사정책 등 정부의 핵심정책은 의회를 통한 국내적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다시 강조하였다.
한편, 의회외교는 유연하게 성과 도출에 기여한다. 의원들끼리 친밀하게 교류하는 과정에서 정부간 공식외교의 한계를 뛰어넘기도 한다. 행정부 라인보다 쉽게 국정의 정점에 있는 지도자를 만나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도 한다. 박희태 의장은 알제리 방문 때는 햇수로 3년간이나 지연된 젠젠항 공사착공서를 받아내 포기 직전의 우리 건설사업을 살리기도 했고, 필리핀에서는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COP) 2012년도 한국 유치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 냈다. 또한, 인도에서는 원전협약 최종사인과 원전협력에 대한 의회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주요국 의회의 수장들이 서울에 한데 모이게 되는 이번 회의는 더더구나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적화된 외교의 장이 될 것이다. 이번 행사의 본회의는 국회의사당의 3층 로턴다(rotunda)홀에서 열린다. 아무쪼록 이 곳이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좀 더 안전한 지구촌을 위한 희망과 약속의 전당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