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우 (재능대학 총장)
[경인일보=]박목월 시인이 '나그네'에서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이라고 노래 불렀듯이, 술은 멋과 풍류의 상징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술 인심은 참 좋은 편이다. 옛날 선비들은 술을 서로 권하면서 풍류를 즐겼고, 서민들은 농터에서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힘을 북돋았다. 지금도 우리의 희로애락 일상사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술이며, 술에 관한한 대체로 관대한 편이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삶의 활력소가 되고 인간관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적정한 정도를 지나치게 되면 건강에 유해할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잔을 서로 권하는 것을 주도(酒道)처럼 여기는 우리의 독특한 음주문화와 술이 갖고 있는 중독성으로 인해 술 소비량과 그로 인한 폐해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술 소비량은 지금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국세청이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10년 전에 비해 맥주, 탁주, 와인, 위스키 등의 소비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소주와 청주만 약간 감소했다고 한다. 한때 자가용 이용이 늘어남에 따라 음주운전을 피하고 건강도 생각해서 술을 절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나 지금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다보니 삶이 더 팍팍해져 스트레스를 받는 일들이 많아지고, 또 저가 대리운전 업체가 늘어난 것도 술 소비량을 증가시키는 한 요인으로 본다.

술을 마시면 대부분의 경우 평상심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즐거운 사람에게는 즐거움이 배가되고, 괴로운 사람에게는 잠시 위안이 되기도 한다.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들로 혼자 또는 여럿이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술자리의 분위기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과음을 하게 되거나 타의에 의해 억지로 마시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술을 잘 먹어야 호방해 보이고 인간관계가 좋아지며 비즈니스도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술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술자리 자체가 고역일 것이다. 요즘은 폭탄주와 원샷을 비롯한 희한한 형식의 음주방법도 많아져 더욱 그렇다.

특히 대학생의 음주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매년 대학가에는 봄철이 되면 술로 인한 각종 사고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신입생 환영회, 동아리 모임, MT 또는 OT, 체육대회 등 적지 않은 행사들이 3월에서 5월 사이에 몰려 있고, 서로 얼굴을 익히기 위해서도 술자리를 자주 갖다 보니 대학생의 술 소비량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자신의 주량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신입생에게 사발식이라는 통과의례를 만들어 음주를 강요하며 과음과 폭음을 조장하여 목숨을 잃는 사고도 심심치 않게 반복되고 있다. 무엇보다 대학 생활에서 잘못 배운 음주 행태와 습관은 이후 사회생활로도 연결되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대학의 음주문화 개선은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중요한 현안인 것이다.

매년 되풀이 되는 대학생의 음주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그리고 본인이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2월 16일 보건복지부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음주폐해 예방활동 권고안' 실천 등 '알코올 클린 캠퍼스' 만들기를 위한 공동노력을 실천해 가기로 하였다. 대학생활에서 습관적인 음주를 절제하여 건전한 음주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면, 우리 사회에서 음주로 인해 야기되는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우리의 음주문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시켜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술은 담배와 달리 완전히 끊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술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또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계속 애용할 수밖에 없는 기호식품이다. 그러나 정도를 넘어서면 술도 담배와 같이 우리에게 많은 폐해를 안겨준다. 그러므로 술이 우리의 건강과 사회생활에 윤활유같은 약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바람직한 음주습관과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와 후손들이 보다 건강하게 생활하는 길이며 미래사회도 더욱 환하게 밝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