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는 하남지역 단체장인 이교범 시장과 홍미라 시의회의장, 서경석 한국기독교연맹 재개발대책위원장, 이 지역 검사장 출신인 박영렬 변호사를 비롯해 1천여명의 주민이 참여하는 생존권사수 결의대회가 개최됐다. 또한 종교와 시민단체가 연계하는 대형 집회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자칫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LH 이지송 사장은 "주민들의 뜻이 그렇다면 주민들의 뜻을 국토해양부에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하남시 감북동 지역주민들이 이처럼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십년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재산권제약을 받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정부에서 타지역 주민들을 위해 일방적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생업을 전폐하다시피하고 지구지정 취소를 요구하고 있는 이들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은 이들의 생존권이 지구지정과 연관돼 있어서다. 이들 대부분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농토 등 삶의 터전을 잃지 않기 위해서 몸부림치고 있다. 이러한 이들의 몸부림을 정부는 헤아려 줄 의무가 있다.
국가적인 사업이 아닐뿐더러 국익에 도움되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이지송 사장이 현명하게도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서는 사업 타당성 조사와 용역결과가 나오는 9월 말께 수익성 등을 종합 검토해 사업포기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주민들과 지자체가 원치 않는 개발을 일방적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또한 감북지구에 대한 지구지정 재검토를 국토해양부에 정식 건의키로 함에 따라 상황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주민들은 더욱 확실한 정부 책임자의 표명을 원하고 있다.
감북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대책위는 "아무리 국책사업이라 해도 그 지역주민들과 지자체 의견을 실질적으로 수렴하는 기능이 전혀 없는 일방적인 절차는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 이미 도시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도시의 지역적 특성과 청사진에 역행하는 잘못된 지구지정이 이번에 생기게 됐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하남시와 시의회, 감북동 주민은 혼연일체가 돼 주택지구지정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반드시 지구지정을 철회시켜 자치주권을 확보할 것"이라며, 지난달 28일 LH 앞에서 주장 관철을 위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물론 이지송 사장의 발언에 힘입어 진행하기로 했던 천막농성은 이튿날인 29일 낮 12시를 기해 완전 철수했지만 아직까지도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 시민은 "감북 주민과 하남시가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진행해 온 미래 청사진과 이번 보금자리정책은 일말의 공통분모조차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국토해양부는 감북보금자리 지구지정을 즉시 철회하고 앞으로도 감북동은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 어떠한 정부대책과 대안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감북동 주민의 90% 이상이 지구지정 자체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다.
앞서도 말했듯 서민들의 주거안정이라는 명분으로 해당 지역주민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그동안 지역 기반을 토대로 점진적이고 자주적으로 도시건설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해 온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인 것이다. 지역개발은 지역의 특성을 살려야 하며, 이는 지자체와 지역주민에 의해서만 완성될 수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지원과 철저한 관리 감독으로 만약의 사태인 일탈을 막는 것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