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선회기자]최근 인문학 열풍이 각계각층에서 불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종교단체나 NGO 단체가 주관하는 노숙자 인문학교가 언론의 주목을 크게 받은데 이어, 최근 모 대학에서는 인문학 칼리지를 개설해 모든 학부생들에게 1년 동안 교양 필수로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수업을 듣게 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와 과학기술로 대표되는 '발전'에만 치중한 나머지 인간의 본성이나 가치, 윤리관 등을 도외시해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켰고,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얼마전 발생했던 카이스트 학생들의 연속적인 자살사건 또한 인문학의 필요성을 더욱 대두시켰다.
인문학(人文學)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경험적인 접근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을 폭넓게 사용한다. 인문학의 분야로는 철학과 문학, 역사학, 고고학, 언어학, 종교학, 여성학, 미학, 예술, 음악,신학 등이 있으며 크게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로 요약되기도 한다.
물론 인문학이라고 하면 조금 무겁거나,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인문학을 연구하는 것은 곧 인간을 탐구한다는 것이고, 우리의 삶 속에 녹아들어 있는 가장 가까운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학자 이이화, 소설가 구효서 등 12명이 공동저자로 참여해 펴낸 '길 위의 인문학'은 학자들만의 고루한 학문으로서가 아닌, 인간의 삶과 역사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인문학을 발견하고, 대중과 함께 소통하려는 시도다.
인문학을 연구하는 학자와 문인들이 우리나라 곳곳의 인문학의 자취가 깃들어 있는 현장을 탐방하는 동안 일상생활 속에서 인문학의 위치를 재조명한다.
책은 크게 두 장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1장 '사람의 자취를 따라 떠나는 길 위의 인문학'에서는 우리나라의 지적 거장들의 흔적을 찾아 떠난다.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과 신사임당, 허균에 이르기까지 문학, 역사, 철학 등 학문의 중심에서 훌륭한 업적을 이룩한 그들의 삶과 기록들을 그대로 따라가 본다.
2장 '역사의 흔적을 따라 떠나는 길 위의 인문학'에서는 '삐라'(전단)와 평양방송의 추억이 있는 강화, 병자호란의 아픔이 배어 있는 남한산성 등 이제는 아련해진 기억들을 되새기며 우리의 역사를, 지난 시절 우리네 삶을 되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