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조용완 논설위원]임산부를 진료할 의사가 없다. 아프리카·아시아 오지의 이야기가 아니다. 선진국 문앞에 선 대한민국의 허브 도시, 경기도의 현실이다. 경기도내 군(郡)지역에 의료 오지가 존재하고 있다. 공중의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예측해 대비치 않은 정부의 탓도 없다 못한다. 원인인 의과대학의 여학생 증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의과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는 대학이 늘어나는 것도 새삼스럽지 않다. 유비무환(有備無患)에 실패한, 알고도 대비 못한 대표적인 사례다.

의료 공백중에도 신생아가 줄어들면서 인기가 시들해진 산부인과가 가장 심하다. 경기도내 의료 취약지역에서 공중보건의로 활동하고 있는 의사는 516명. 이중 199명이 이달로 복무가 만료돼 현지를 떠난다. 충원은 신규 44명과 타 시·도 전입 96명을 합쳐 140명이 전부다. 11.4%인 59명이 부족하지만 채울 방도가 없다. 산부인과는 신규 인력이 전국적으로 4명뿐이며, 경기도에는 단 한 명도 배치되지 못하는 응급상황이 벌어졌다.

연천군 보건의료원 등 공중보건의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군지역에 비상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인력 구조다. 도가 부족한 공중보건의를 지역 실정에 맞춰 재배치하는 융통성을 발휘하려 해도 보건복지부가 배치를 통제해 이마저도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공중보건의 배치계획(도시·농촌 공히 보건소 3명, 보건지소 1명, 지방의료원 5명)을 확정하면서 취약지 보강 배치는 더욱 힘들어졌다. 지역실정을 전혀 배려치 않은 악수(惡手)다.

귀농 인구가 늘고 있다지만 젊은 층이 도시로 이주하는, 탈농촌만 못하다. 힘없는 노인들이 대부분인 시골에 진료마저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그나마 고향을 지키고 있던 젊은이들이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정부가 만드는 꼴이 된다. 더욱이 산부인과 의사가 없는 시골이라면, 신생아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은, 대성동초등학교 졸업식을 보듯 희귀한 사건으로 뉴스거리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의료체계를 개선하는 등 서둘러 대비하지 않으면, 마음의 고향이 황폐화하는 날이 오지 않을 까?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