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명래기자]'-4천111억원'.
지난 달 31일 열린 송도테크노파크(이하 송도TP) 2011년도 제1차 정기이사회에서 송도사이언스빌리지 자금수지 현황을 보고받은 이사들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계획대로 송도사이언스빌리지 스트리트몰 조성사업을 진행할 경우 올 연말까지 4천741억원이 필요한 반면 들어오는 돈은 563억원이다. 이 사업을 시작한 2009년 이후 누적수지로 계산하면 4천111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송도TP는 이사회에서 보고했다.
이같은 적자 규모는 송도TP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올해 송도TP 예산액은 5천354억원. 이중 송도사이언스빌리지 조성사업비 5천억원을 빼면 350억여원이 송도TP의 한 해 예산규모다. 이 때문에 '관리 한도를 이미 넘어섰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송도TP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송도TP가 삼일회계법인에 맡겨 지난 2월 기준으로 작성한 '재무보고서'를 보면 송도TP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은 경기 침체를 고려하지 못한 '장밋빛 사업계획 수립'에 있었다.
2009년 사업계획 수립 당시 송도TP는 2011년 분양수입은 1천911억원, 매각수입은 171억원으로 2천억원 이상의 현금 유입을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현금 유입액은 지난 2월 기준으로 158억원에 불과했다. 예상치의 10분의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자금 확보없이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금융권 자금 차입으로 인한 비용은 증가했다. 2009년 사업계획 수립 당시 490억원으로 예상한 금융비용은 2011년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 단기자금으로 차입한 1천148억원에 대한 이자 부담이 추가됐다. 차입금 상환 부담도 크다. 송도TP는 지난해 차입기간 1년 자금을 끌어왔다. 작년 12월 만기가 됐지만 대환대출 형식으로 상환기간을 1년 연장했다. 오는 12월30일까지 1천148억원을 일시에 상환해야 한다. 상환기일이 추가로 연장되지 않는다면, 송도TP가 1천148억원을 일시에 지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송도TP가 자금 여력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면서 '외상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하도급업체 인부들이 인건비를 못 받았다며 송도TP를 찾아와 강력하게 항의한 적도 있었다. 4월 현재 송도TP의 미지급 기성금만해도 220억원에 이른다. 작년 12월 확정된 기성금조차 5개월이 다 되도록 지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오는 6월이면 추가로 900억원의 기성금이 발생한다. 스트리트몰 시공업체 관계자는 "기성금 지급이 제때 안 돼 현장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컨소시엄 주간업체가 자체 부담으로 우선 지급하고 있다"며 "이같은 방식으로 기성금 지급이 지연되거나, 사업이 중단된다면 매출부분에 있어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송도TP는 '나가야 할 돈'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들어올 돈'은 턱없이 부족해 자금 수지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송도사이언스빌리지 스트리트몰 A·B블록은 연면적 기준으로 오피스(22.10%), 오피스텔(26.10%), 판매·영업시설(36.87%), 교육·연구시설(9.47%), 문화·집회 시설(5.45%)로 구성돼 있다. 지난 해 말 오피스텔 분양을 시작했지만 현재 절반에 못 미치는 분양 실적을 내고 있다. 소형 오피스텔이 대부분 분양된 반면 중·대형 오피스텔은 찾는 이가 없다. 오피스와 판매·영업시설 분양은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송도TP가 사이언스빌리지 스트리트 몰을 통해 기대하는 분양·매각 수입은 오피스 2천억원, 오피스텔 1천억원, 상업시설 7천억원이다. 예상 분양수입 가운데 현재 송도TP에 들어온 돈은 280억원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