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불법과 반칙을 감시ㆍ감독해야 하는 금융감독원이 직원들의 잇따른 부패범죄와 부적절한 처신 때문에 세간의 눈총을 받고 있다.
직무 특성상 높은 청렴성이 필요한 금감원의 전·현직 직원들이 비리에 연루돼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가 하면 고위 간부들이 업무와 연관된 금융기관이나 로펌으로 대거 자리를 옮겨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 전ㆍ현직 직원들이 금품비리와 관련해 25일에만 4명이나 형사처벌을 받았다. 부산지원 수석조사역(3급) 최모씨가 부산저축은행그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구속됐고, 금감원 4급 선임조사역 황모(41)씨와 전 금감원 직원 조모(42)씨가 서울남부지검에 의해 구속기소됐다.
최씨는 개인 비리 혐의가 문제 됐고, 황씨와 조씨는 돈을 받고 부실기업의 유상증자를 허가해 주도록 부탁한 혐의가 있다. 이들에게 돈을 건넨 전 금감원 직원 김모(41)씨도 함께 구속기소됐다.
이들 직원의 혐의가 업무와 무관하거나 퇴직 후 금감원을 상대로 로비한 사례라고 하지만, 금감원 직원들의 도덕성 수준을 심각하게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26일 "직원들은 업무 특성상 돈의 유혹에 언제나 노출될 수 있어 특별히 처신에 주의해야 한다. 최근 잇따른 비리사건에 전·현직 직원들이 연루돼 매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금감원 국장이 자신이 조사하던 기업을 변호하는 로펌(법무법인)으로 이직한다는 소문까지 겹쳐 모럴 헤저드 논란도 일고 있다.
이른바 `11ㆍ11 옵션쇼크' 사건을 조사했던 L 국장이 이 사건을 일으킨 도이치증권 변호를 맡은 김앤장으로 옮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L 국장은 문제의 옵션사태와 관련한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맨 것 자체가 준 공직자로서 처신에 문제가 많다는 비난이 대세다.
금감원 직원들이 올해 퇴직 후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금융기관의 감사로 대거 이동한 터여서 세간의 시선은 더욱 싸늘하다.
L 부원장보가 최근 S은행 감사로 옮겼고, 그전에는 P국장이 KB금융, K국장은 시티은행 등에 둥지를 틀었다.
이들 직원의 금융기관행은 불법은 아니지만, 일종의 편법이라는 지적이 많다.
퇴직 전 3년 이내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한 공직자윤리법(17조) 기준을 지켰다는 게 금감원의 방어논리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금융 감사 업무를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꼽히는 금감원 직원들에게 맡기기를 희망한다. 이직 전에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받아 검증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 직원들이 퇴직 전 해당 금융기관 업무와 무관한 부서에서 일정 기간 일하다가 이직하는 것은 법 규정을 피하려는 `경력세탁'이라는 지적이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과)는 "공직자윤리법은 금융감독당국 근무자의 피감기관 이직을 원칙적으로 막지만, 기관장이나 공직자 윤리위의 승인만 거치면 예외적으로 피감기관으로 갈 수 있다. 요즘에는 예외조항이 마치 원칙처럼 돼 버려 공직자들이 퇴직 후 피감기관으로 마음대로 간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공직자윤리법상의 원칙과 예외를 바로잡아 감독기구 직원들의 관계기관 취업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송희 참여연대 선임감사는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관련해서 금감원 출신 감사들이 바람막이 역할을 했다. 감사로 갔을 때 소임을 제대로 했다면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왜 이러나?…줄구속에 대거 편법 이직
'고양이한테 생선 맡긴 꼴'…"공직자윤리법 바로 세워야"
입력 2011-04-2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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