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상 서호'는 인간이 되고 싶은 백사(白蛇) 백랑과 선비 허선과의 사랑이야기를 내용으로 하는 중국 설화 백사전(白蛇傳)을 수상(水上)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공연은 넓은 호수를 둘러싼 나무에 조명이 비치면서 시작한다. 이어 하얀 옷을 입은 배우들이 걸어나오는데, 수면 바로 아래에 무대를 설치하였기에 배우들이 마치 물 위를 걷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연으로부터 받은 감성을 음악 속에서 훌륭히 녹인 일본인 작곡가 기타로의 음악이 더해져 환상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인상 서호'는 빛과 음악과 상상력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콘텐츠로, 연출가이자 영화 감독인 장이머우의 '인상 시리즈' 5연작의 하나이다. 인상 시리즈는 작품 한 편당 연간 100여만명이 관람하는 콘텐츠이다. 전문 배우만이 아니라 주민들도 배우로 참여하기에 주민의 소득 증대와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콘텐츠이다. '인상 시리즈'의 성공은 한국에 큰 자극을 주어 국내 여러 곳에서 이를 벤치마킹한 작품이 펼쳐지고 있다. 작년 부여에서 열린 2010 세계 대백제전에서 백마강을 무대로 한 수상공연 '사비미르'도 그 중 하나이다.
예술가들은 좁은 실내에서 벗어나 탁트인 공간에서 공연하고 싶어 한다. 관객들도 열린 공간 속에서 공연을 즐기고 싶어한다. 예술가와 관객의 욕구가 만나 탄생한 것이 인상 시리즈와 같이 자연을 무대로 하는 작품이다. 공연의 역사는 동서를 막론하고 야외공연에서 시작되었다. 초기 그리스와 로마 공연장은 모두 야외 무대였다. 무대가 실내로 옮겨간 것은 BC 1세기에 로마 극장에 커다란 둥근 천장이 씌워지면서부터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은 19세기말에 건립된 광무대이다. 미국인 콜브란과 보스토익이 동대문 밖 한성전기회사 전차고 안에 설치한 가설무대로, 낮에는 판소리를 공연하고 밤에는 영화를 상영하였다. 1908년 박승필이 인수한 후 본격적인 극장으로서의 역할을 시작하였다. 물론 그 이전에도 부분적으로 공연이 실내에서 이루어졌지만 대중을 위한 본격적인 공연 무대가 실내로 옮겨진 것은 광무대가 처음이다. 한국에서 무대가 실내로 옮겨진 것은 불과 100년 남짓한 시간이다. 따라서 무대가 실내에서 야외로 나가는 것은 원래의 무대 모습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자연을 무대로 한 공연은 이미 여러 곳에서 펼쳐졌다. 2006년 북한강변 다산 정약용 유적지에서 개최된 실학축전에서 늦은 밤까지 강변 무대에서 여러 공연이 올려진 바 있다. 포천에서는 폐 채석장이 아트 스페이스로 변해 조각예술공원, 전시관, 홍보관, 야외공연장, 소공연장, 전암카페 등이 들어서 있으며 여기서도 여러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스웨덴의 달할라 공연장은 원래 석회암 채석장이었으나 야외극장으로 변모하였다. 공연장은 지상에서 60m 깊이에 만들어져 있다. 여기서 달할라 음악 페스티벌이 열린다. 그러나 이들 공연은 소규모 공연이었기에 지역 활성화에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점이 '인상 시리즈'와 다른 점이다.
2011년부터 경주보문단지에서도 관람석 2천석 규모의 대규모 야간 수상공연이 펼쳐진다고 한다.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1979년 개장 이후 연간 8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휴양, 관광지였으나 그동안 후속 투자가 미흡하고 콘텐츠가 부족하여 갈수록 그 명성이 퇴색하고 있다. 그래서 경상북도가 민자 160억원을 포함하여 총 210억원을 투자하여 경주 보문관광단지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펼치는, '인상 시리즈'를 벤치마킹한 의욕적인 프로젝트다. 경기도에서도 자연을 무대로 대규모의 공연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그 장소는 임진강 적벽이 될 수도 있고, 수원 광교저수지가 될 수도 있다. 두 공간 모두 야외 공연장으로는 적격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지역 활성화와 경기도의 문화예술 수준을 크게 높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