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정의종기자]4·27 재·보궐선거에서 손학규 민주당 후보가 웃었다.

여야 전·현직 대표가 맞붙어 전국적인 관심을 이끌었던 성남분당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압승하면서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다. 단일 후보를 낸 김해을 국회의원 재선에서는 패했지만 여당 지지층이 두터운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또다시 승리해 사실상 야당의 승리로 귀결됐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그동안 여당이 단 한차례도 패하지 않았던 분당을에서 민주당에 '안방'을 내준 것으로, 이는 수도권의 민심 이반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으로 여야의 당내 역학관계는 물론, 정치지형까지 뒤흔들 기폭제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야권연대로 나선 손 후보는 '중산층의 변화'를 요구하며 한나라당 전통 텃밭 탈환에 성공했다. 그의 압도적인 승리는 당 장악력 제고는 물론 명실상부한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게 됐다.

당 대표 취임후 골수 민주당원들을 끌어안기 위해 자신의 계보를 물리쳤던 그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세를 더욱 확대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된 것.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분당을에서 한나라당을 꺾은 것 자체가 여당에 상상을 초월하는 타격을 입힌 셈이다.

자체 여론조사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던 한나라당 지도부는 '패닉'(공황)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당장 지도부 교체론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도부 총사퇴 요구와 당·청 쇄신론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전패의 위기를 느낀 소장파의 목소리가 커질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출당 요구도 나올 수 있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당·정·청 개편론이 일 수 있고, 실제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도부가 책임지고 사퇴할 경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치를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여권 쇄신론과 체제 유지론을 놓고 당 분위기는 극한 혼돈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력 당권주자들로 분류되는 중진의원들을 비롯해 '세대교체론'을 들고 40대 의원들도 대거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구상중인 개각의 폭과 내용에도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권전선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손 대표의 지지층과 이미지가 비슷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이다. 지지도가 겹쳐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었던 김 지사가 "지사 임기를 다할 것"이라고 천명했지만 당 변화의 소용돌이속에 공격적인 대선 행보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김해을에서 마지막까지 나홀로 선거로 투혼을 보인 김태호 후보의 '신승'은 가뭄의 단비격이다.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자진사퇴라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여전히 차세대 지도자군으로 입지를 구축하게 됐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 등 당내 대선주자들이 조기에 대선 전열을 정비하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