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철 (인천상인연합회 회장)
[경인일보=]도대체 어디까지 파고들 것이며 어디서 멈출 것인가? 대기업의 사리(私利)는 이제 탐욕의 경계를 넘은 듯하다.

삼성·LG·SK·포스코그룹 등은 계열사에 문방구류 같은 소모성 자재를 공급하는 회사를 운영 중이다. 자체 사용을 위한 구매에 머물지 않고 삼성이나 LG는 조달청에 매년 100억원어치를 대량 납품하고 있다. 이들이 납품 가격을 후려치는 통에 중소 문방구 제조업체들이 줄지어 경영난을 겪고, 이들 대기업 주변의 문방구 가게들은 한순간에 몰락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GS그룹 대주주가 출자한 회사는 삼겹살 체인점 개설에 이어 떡볶이·꼬치구이를 전국 체인점 사업화 예정이며, 현대자동차와 신세계는 소 사육에, CJ그룹은 전남 신안에 세계 최대의 갯벌 천일염 공장을 작년에 완공했다. 재벌들이 국제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을 피하고 국내에서 손쉬운 서민형 자영업종에까지 침투하여 결국 자영업자들이 몰락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 상거래 원천인 전통시장과 중소상인들 또한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대형마트나 SSM의 출현은 물론이고 오는 7월 1일부터 발효되는 한-EU간 FTA 협약은 최대의 걱정거리이다. 유통시장 개방을 기본원칙으로 하는 한-EU FTA와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유통시장을 규제하는 유통법·상생법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현재 숭의운동장 홈플러스 입점과 관련하여 매우 흥미로운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

박우섭 남구청장은 홈플러스 사용신청을 절대 불허한다는 방침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유통법과 상생법에 의한 전통상업보전구역 규정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는 전혀 개의치 않고 도개공과 SPC 아레나파크개발과 버젓이 입점 계약을 체결했다. 왜일까? 바로 홈플러스가 외국기업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국내 기업으로 알고 있는 홈플러스는 사실 영국의 테스코 기업이 지분 94%를 가진 외국기업이다. 6%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은 올해 말 5% 지분을 넘기고 남은 1%도 추후 처리할 예정이다.

그야말로 100% 순수 외국기업이 되는 것이다. 그간 삼성홈플러스라는 이름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현혹하더니 이제 독자적 브랜드 사용이 충분하다는 판단하에 올해 3월 1일 '삼성테스코주식회사'에서 '홈플러스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했다. 남구청이 대형마트 등록을 불허한다면 영국기업인 홈플러스는 한-EU FTA를 근거로 유통법과 상생법의 무력화를 주장할 것이며 남구청 또한 거부할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

지난 4월 11일 인천시의회는 도개공에 1조원 규모의 인천시 공유재산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결의문을 작성하여 6월 26일까지 홈플러스 입점 철회 및 대안에 대한 인천시의 답변을 요구했다. 하지만, 바라보는 우리 상인들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이것도 저것도 그저 막연한 해법일 뿐 실효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송영길 시장은 인천시 부채를 빌미로 홈플러스 입점을 방관해서는 절대 안 된다. 서민을 위하고 중소상인을 살리고 전통시장을 육성하겠다는 위정자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당장 부담되는 인천시 재정문제 때문에 전통시장을 외면하고 중소상인을 몰락시켰다는 오명을 평생 지니고 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지난 3월부터 숭의로터리며 시청 앞 광장으로 달려가고 각종 대책회의와 1인 시위를 하느라 정작 장사는 못하고 한숨밖에 낼 수 없는 무력한 모습이 바로 우리 상인들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