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사회는 이른바 '취업대란'에 허덕이고 있다. 전체 실업률은 매년 높아만 가고 있으며, 현 정부에는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뾰족한 정책수단도 없어 보인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이제 10%대에 근접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은 일본(7.7%)과 독일(8.6%)보다 훨씬 높다. 심각한 문제다.
유럽의 '적극적노동시장정책'
그런데 유럽 국가 일부에서는 저성장 기조하에서도 취업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두고 유럽의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적극적노동시장정책(ALMP:Active Labor Market Policy)' 때문으로 본다.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신자유주의자들은 경제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경제성장 그 자체가 고용을 직접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고용에 관해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책이 필요한데, 낮은 경제성장률하에서도 취업률을 높이고 있는 북유럽의 사례를 보면, 고용정책과 '적극적노동시장정책' 간의 적절한 조합이야말로 일자리를 만드는 데 가장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U위원회가 발표한 '유럽의 고용'이라는 보고서는 낮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EU의 취업자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원인을 유럽고용전략에 의거한 고용정책에 의해 실업률이 낮아진 것과 국가가 주관하는 모든 취업대상자에 대한 생애학습, 기능훈련에 대한 투자, 개인 차원의 경력(career) 지도 등과 같은 '적극적노동시장정책'이 사람들의 노동시장에의 복귀에 크게 기여한 것에서 찾고 있다.
해법으로서의 '적극적노동시장정책'
또 이 보고서에 따르면, EU 가맹국 중 '적극적노동시장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공통적 현상으로서 첫째, 실업기간이 짧게 나타나고 있는 점, 둘째, 기업의 구인이 신속하게 메워지고 있는 점, 셋째, 구직자들의 보다 구체적인 목표에 특화되어 있는 훈련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 넷째, 시장 상황에 맞는 급여가 지급되고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바로 이와 같은 '적극적노동시장정책'의 네 가지 결과적 양상에 의해, 결국 이들 국가에서는 파트타임 노동 및 기한부 고용계약 등과 같은 매우 유연한 고용형태 역시 늘어나고 있다. 즉 고용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도 이것이 '적극적노동시장정책'과 같은 사회정책에 의해 그 '안정성'이 동시에 확보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의 유연성(Flexibility)과 안전성(Security)을 동시에 지향하는 이른바 '유연안정성(Flexicurity)'전략이다. 우리 대기업들의 경우 고용보호 완화, 즉 고용의 유연성만 강조하면서 그 안정성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우리사회를 '취업대란'으로 치닫게 하는 원인인 것이다.
'덴마크 모델'의 교훈
'적극적노동시장정책'에 의거한 '유연안정성'전략을 가장 충실히 시행하고 있는 덴마크의 경우, 유럽 국가 중에서도 그 경제와 고용 사정이 매우 양호하다. 해서 EU에서는 이를 '덴마크모델'로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총과 같은 친대기업적 기구가 덴마크 사례를 보면서 그 고용 유연성만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러나 덴마크의 고용 유연성은 '황금의 삼각형'으로 불리는 1)유연한 노동시장, 2)실업자에 대한 실업보험제도, 3)실업자의 기능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공적 직업훈련을 시행하는 '적극적노동시장정책'과 같은 세 가지 요소의 밀접한 상호작용에 의해 확보되는 고용의 안정성의 기초 위에서만 발휘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덴마크 모델'이 우리사회에 고용문제와 관련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우리식 고용 유연성 추구방식이 '일자리'라고 하는 현 시점 최대의 국가 과제와 극히 대립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리라. 물론 우리사회에 적합한 형태로 수정해야 하며, 또 그 모델의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는 '보편적 복지' 역시 일상화되어야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