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관심에서 벗어난 정책을 다시 되살리려면 부분적인 수정으로는 부족하다. 이 경우 대폭적인 수술을 통해 새로운 관심을 유인해야 한다. 인천의 클러스터 정책은 이러한 대전환이 필요한데, 그 대전환을 '클러스터 리셋(reset)'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여기서 '리셋'의 의미는 마치 컴퓨터가 잘 돌아가지 않을 때 재부팅하는 것과 같은 뜻이다. 현재까지 힘없이 돌아가는 패턴을 바꾸기 위해서는 재부팅과 같은 대규모 수술이 필요한 것이다.
'클러스터 리셋'의 첫 번째 계명은 '클러스터 유형을 구분하라'이다. 모든 클러스터를 동일하게 접근했던 것이 지난 정책의 오류였다. 현재 인천경제의 전략 클러스터들도 모두 유형이 다르고 발전 동력도 다르다. 구체적으로 제물포스마트타운은 벤처기업 클러스터이며, 바이오산업은 대기업 주도 클러스터, 또한 산업단지는 중소제조업체 클러스터로 구분된다. 특히 이들을 움직이는 인센티브 체계의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벤처기업 클러스터에서는 벤처기업가와 벤처투자자들의 만남이 특별히 중요하다. 투자자금이 있는 공간에 벤처기업가들이 모여든다는 진리에서 인천이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금융정황상 벤처투자자금을 인천내부에서 자급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인천 벤처기업 클러스터 전략에서 투자자금만은 서울의 것을 활용하도록 지역경계를 허물어야 한다. 투자자금까지 지역 완결성을 가지려는 것은 당분간은 과욕일 것이다.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인천시 자체적인 벤처육성펀드를 준비해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
한편 바이오 클러스터는 삼성이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정책의 핵심은 삼성이 자체(in-house) 연구소의 R&D결과를 독식하는 것을 넘어서서 지역내부로 파급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 실험실과 지역내 바이오연구자 사이의 연구협력이 중요할 것인데, 초기단계에서는 인천시 주도로 시정부/대학/대기업 삼자협력(triple-helix) 발전모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업단지의 경우 클러스터 전략이 중소제조업체들에 업종전환 혹은 혁신학습의 기회가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데 실상은 오랜 관행 탓인지 산업단지소속 기업들만의 내부교류에 그치는 편이다. 지역대학 및 산단 외부기업들과의 교류가 촉발되어 진정한 개방형 혁신을 이루는 것이 큰 과제이다.
'클러스터 리셋'의 두 번째 계명은 클러스터를 움직이는 '화폐'가 지역내부에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화폐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화폐만큼 가치를 지니며 또한 참여자들 사이에 흘러 다니는 속성을 가진 재화라는 뜻에서이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성공사례에서 볼 때 클러스터를 움직이는 화폐는 '지식'과 '자금'이다. 즉, 창조적 기업가와 인재들은 지식과 자금을 얻기 위해 모여드는 것이다. 이 두 화폐의 원활한 유통을 정책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클러스터의 자생력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한번 잘 못 들어선 정책습관을 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인천경제로서는 다른 선택이 없다. '클러스터 리셋'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역경제 도약의 가치가 너무 높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