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지정학적 위치는 관문이다. 수도 서울의 관문이었던 관계로 1899년 경인선 철도가 개통되기 전까지 인천, 특히 중구에는 각국 영사관, 금융기관, 언론기관, 종교시설, 호텔 등이 전국 최초로 건립되는 등 오히려 서울 이상으로 정치·경제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일본을 필두로 한 열강들은 조계 설치를 통해 상권 침탈 등 제 세력을 확장시키고 신포동 일원을 침략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 나갔다. 자의였든 타의였든 이후 인천은 근대 문물을 수용한 개항의 선구지로 이름을 날렸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해양도시로 거듭 도약하게 된 것도 근현대사의 팩트다.
현재 문화지구로 지정돼 있는 인천개항장 일대에는 많은 근대문화유산들이 밀집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교회, 최초의 호텔, 최초의 열차, 최초의 고속도로 등이 실체 또는 자취와 함께 이국적인 양식의 근대건축물들과 함께 고스란히 남아 있다. 비록 불평등한 개항이었지만 이러한 한국 최초, 유일의 문화유산들이 중구의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자산인 것만은 분명하다. 굴뚝 없는 산업, 관광을 경쟁하는 지금 시대에 중구로선 이들 자원과 자랑거리들을 널리 알려야 함은 명명백백하다.
잠자던 나라 동방예의지국을 깨우고 새벽을 연 젊은 신도시, 인천 중구에서 파란만장했던 개항을 기념하는 문명의 제전을 이번에 여는 것이다. 이번 인천근대개항 거리축제는 개항을 주제로 중구청 앞 넓은 제물량로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한 축제, 시민과 관광객들이 체험하는 즐거운 축제로 기획됐다. 시작이 반이다. 축제는 '바쁜 일상을 떠나 한바탕 즐기는 허용된 기회'이자, 같은 장소에서 모두가 어울려 하나로 통합되는 공유의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 아니면 그런 고상한 정의에 앞서 그냥 기분 좋고 즐겁게 노는 것이라고 말해도 좋을 어울림이며 매혹적인 일탈의 광장이 되기도 한다.
바다와 항구,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도심에 지금껏 특색 있는 대형 축제가 없어 아쉬웠던 참에 이번 인천근대개항 거리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큰 모양이다. 물론 밤낮 없는 준비과정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부문에서 부족한 면도 없진 않지만 이번만큼은 역사의 혼이 깃든 개항장, 그'축제의 시작'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올해는 국내·외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내년에는 인천의 대표축제로, 다음해에는 한국의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명실상부한 개항 특화축제로 발전시켜 반드시 인천의 가치를 실현해 보일 것이다.
인천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개항장을 보다 아름답고 친근한 항구도시로 만들 수 있는 잔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행사기간 성숙한 시민의식을 함께 기대해 본다. 개항 128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마침 인근에서 화도진 축제가 비슷한 주제로 열린다고 하니 앞으로 두 행사를 연계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