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규 (명리학자)
 [경인일보=]文(문)과 質(질)이란 말이 동양 古典(고전)에 있다. 문이란 文飾(문식), 즉 꾸밈이란 뜻이고 질은 바탕을 말한다. 論語(논어)를 통해 孔子(공자)는 '질이 문을 이기면 조잡하고 문이 질을 이기면 사치하니 꾸밈과 바탕이 잘 조화되어야만 비로소 군자라 할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사람됨이 질박하기만 하면 멋이 없고, 반대로 '멋부림'만 있으면 진정성이 없다.

 우리나라의 국운을 살펴보건대, 1951년부터 1981년까지가 質(질)의 시대였고, 그 이후 금년 2011년까지가 文(문)의 시대였다. 대개 세상과 환경이 좋아지면 기본적인 의식주보다는 좀 더 高尙(고상)한 것에 이끌리게 되는 것이니 이는 人之常情(인지상정)이라 하겠다.

 우리 대한민국은 1981년 가을들어 '88 올림픽 개최'라는 朗報(낭보)가 들려온 이래 해서 안 되는 일이 없었으니 그간은 실로 승승장구의 세월이었다. 그 이후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모든 면에서 현저한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러니 비록 양극화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간의 세월을 통해 이제 우리는 먹고 살만한 나라가 되었다. 나아가서 서서히 멋도 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지난 몇 년의 세월을 통해 우리는 호화사치로 달려가고 있다. 여성들의 옷차림이나 성형수술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면에서 멋부림이 지나친 면이 있다. 내용보다는 겉모습이 중요해졌으니 정치사회는 물론 학술과 예술 등등 모든 면에서 꾸미는 것에 매진하고 있다.

 1981년부터 지금까지 30 년의 흐름이 裝飾(장식)의 문화였던 바, 그 또한 가장 적절했던 시점은 30년의 6할인 18년, 즉 1999년 무렵이었다. 그 이후로는 장식만 남고 질은 사라져간 세월이 아니었나 싶다. 우려하거나 비난하기에 앞서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세상의 흐름은 이처럼 언제까지나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이제 반대 흐름이 나올 때가 되었다는 말을 드린다.

 우리 대한민국은 모든 면에서 총체적으로 하나의 커다란 벽에 이미 봉착해있다. 내적인 상황을 보면 거주공간에 대한 과다한 비용지출과 투자로 인해 이미 가계살림은 팍팍해졌고, 또 취업이 잘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학력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사람들은 복지 문제에 신경을 쓰지만 그 또한 알고 보면 우리가 지불해야 돈이고 뒷사람들이 지불해야 할 돈이다. 외적인 상황을 보면 그간 승승장구해온 우리 수출기업들도 이제 더 이상 세계 시장에서 비중을 높여가기는 어려운 어떤 한계에 봉착했다. 그러니 앞으로의 세월은 지난 세월의 지나침을 교정하고 조정하는 흐름이 시작될 것이 불 보듯 명백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 조정은 어차피 시간문제라 하겠고, 가계별 교육 투자도 조만간 위축될 것이 불가피하다. 또 중국을 비롯한 여타 신흥국 산업의 발전으로 조만간 우리 수출 산업들도 한 차례 역경을 맞이함은 자연스런 일이라 하겠다. 전체적인 파이의 축소 조정이 불가피한 국면에서 재정적자를 통한 비용지출과 복지향상 역시 앞으로 확대보다는 축소 국면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정치권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저마다 인기정책개발에 몰두하고 있지만 헛일이 될 것이다.)

금년 가을부터 당장 무슨 일이 생긴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흐름이 서서히 꾸밈의 시대에서 다시 질박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는 것이다.

 살기가 어려워지면 처음에 사람들은 주로 남의 탓을 할 것이다. 그게 정상이다. 하지만 갈수록 어려워지고 진짜로 어려워지면 탓을 하기에 앞서 각자 살 길을 찾아나서는 것 또한 인간의 지혜이다. 그러면 또 다시 의식주의 소중함을 알게 될 것이고, 그로서 사람들은 소박해질 것이다. 소박해지면 힘이 생겨나고 꾸밈보다는 능률과 실질을 더 선호하게 된다.

 저 옛날 박정희 독재시대였던 1968년 '국민교육헌장'이란 것이 제정되어 모든 학생은 강제로 암송해야 했었다. 그 문구에 보면 '能率(능률)과 實質(실질)을 崇尙(숭상)하고'란 말이 들어있었다. 이제 한 차원 우리가 올라섰으니 강제로 암송할 일은 없겠으나, 분명 그런 분위기로 돌아가야 할 것이고 또 돌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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