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3차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중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회의가 되었다. 중국의 인권, 위안화 환율, 무역 역조 등에 대해 미국이 험한 말을 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미국은 민감한 이슈에 대해 말을 아끼는 대신 경제적 실리를 찾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특히 미국은 자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차별을 완화시키겠다는 확답을 얻어냈고, 중국 역시 자국산 첨단기술제품 수출에 대한 미국의 규제를 해결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따라서 위안화 환율은 중국 당국의 판단과 의지에 따라 향후 점진적으로 평가절상될 것이고, 과거와 달리 미국은 공개적으로 중국에 조속한 환율 조정 압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최근들어 유럽(EU)이 유로화 안정에 중국 당국의 기여를 수차례 강조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미 국채(TB)를 1조2천억달러나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을 미국은 자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G20이 추진하는 예시적 가이드라인 평가지표에서 환율을 배제하는 2단계 접근법이 프랑스 파리 G20 실무회의에서 최근 수용된 것은 위안화 환율에 대한 미국과 중국간 입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실업 등 경제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이 DDA 협상과 같은 다자무역자유화에 관심을 쏟는 것은 어렵다. 과거 다자무역협상은 미국과 유럽이 입장을 공유하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기에 타결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 양보를 통해 리더십을 보이기에는 국내 정치 경제적 상황이 녹록지 않다.
그동안 여러 차례 협상타결 시한을 넘겼지만, 제네바에서는 DDA 협상이 현재 시점에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 EU,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경제대국들간 입장 차이가 좁혀들지 않는 가운데, 어느 국가도 협상 타결에 적극 나서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부진한 협상 양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내년에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선거가 있어 금년 하반기에 협상타결 모멘텀을 형성하지 못하면 다자간 자유화 전망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DDA 타결에 노력하기로 선언했지만, 어떤 국가도 이를 이행할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
매년 개최되는 APEC 지도자회의에서 미국과 일본, 중국을 포함한 아태지역 21개 국가의 정상들은 매번 빠짐없이 DDA 협상타결을 주문해 왔다. 올해 의장국인 미국도 DDA 협상과 관련해 DDA 협상 진전과 보호무역주의 저지를 정상회의 주요 의제의 하나로 채택하게 될 것이다.
TPP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더라도 미국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향후 중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게 될 동아시아 경제통합에 대한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동아시아에서 체결된 FTA보다 시장개방 수준이 높은 형태로 동아시아 FTA를 중국이 주도하여 체결하게 되면, 동아시아 교역질서는 상당부분 개편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국내에서 중국과의 FTA 추진이 현안으로 다시 부상되고 있다. 농업 등 취약업종에 대한 개방 부담으로 인해, 그동안 우리 정부는 한중 FTA 추진에 대한 중국측의 요청을 수용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중국이 추진하는 동아시아 FTA가 추진될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조기에 중국과의 FTA 체결을 통해 중국을 선점해야 한다는 점도 일리있게 들린다. 더 이상 한중 FTA 추진을 미루기는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정부는 농업에 대한 대책 마련과 더불어 한중 FTA 협상 개시 시점을 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