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끝났는데도 돼지고기 삼겹살 가격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작년 가을 '배추파동'으로 올봄 수박 가격이 오르는 등 각종 대형사건이 신선식품 물가에 미치는 여파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12일 이마트는 삼겹살 가격을 100g당 1천680원에서 1천880원으로, 롯데마트는 1천680원에서 1천950원으로 각각 올렸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30% 이상 오른 가격이다.

   그나마 삼겹살에는 대형마트가 대중적 인기를 고려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을 매겼지만, 다른 부위의 상승폭은 더 크다.

   이마트에서 목심은 작년 1천680원에서 2천640원으로 57.1%, 앞다리살은 960원에서 1천480원으로 54.1% 각각 올랐다.

   이는 도매시세 상승에 따른 것으로, 19일 기준 국산 돼지 지육가는 작년 동기 대비 76.1% 높은 1㎏당 7천379원으로 작년 최고치였던 5천500원보다 훨씬 높다.

   겨우내 이어진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끝난 이후 쇠고기와 닭고기 가격은 내림세인데도 유독 돼지고기 가격만 계속 오르는 것은 살처분된 돼지 두수가 워낙 많아 타격이 심했기 때문이다.

   이번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소는 총 사육두수(작년 12월 기준)의 4.5%에 불과한 15만 마리였지만, 한우보다 구제역 전염 속도가 빨랐던 돼지는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330만 마리가 매몰돼 공급이 태부족하다.

   유통업계는 이런 상황이 짧으면 올 하반기까지, 길면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롯데마트 박효상 상품기획자(MD)는 "돼지를 다시 키워 판매하는 데 6개월 이상 걸린다"며 "어미 돼지가 워낙 줄어 어미 돼지를 키워 새끼를 낳고 새끼를 키우는 과정을 거치면 내년 하반기까지 어느 정도 높은 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작년 10월 배추 값이 1만5천원까지 올랐던 '배추 파동'의 불똥이 엉뚱하게 올봄 수박에 튀었다.

   롯데마트에서 현재 수박 5~6㎏짜리 1통은 1만2천800원으로, 작년 1만1천800원보다 8.5% 비싸다.

   작년 봄 이상저온으로 수박이 비쌌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시세는 예년보다 더 강세다.

   농수산물유통공사 유통정보에 따르면 수박 소매가는 20일 상(上)품 기준 1만5천870원으로 평년 가격(1만3천619원)보다 16.5% 높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는 배춧값 폭등 이후 많은 농가가 수박 대신 배추 재배를 선택해 수박 재배면적이 줄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지난달 25일 조사한 전국의 수박 출하 면적은 작년 대비 2%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유통업계가 체감하는 감소폭은 더욱 크다.

   수박이 현재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곳은 경남 함안, 창원, 전북 고창 등지로, 이들 지역에서 작년보다 10% 이상 재배 면적이 감소했다고 유통업체들은 전하고 있다.

   이마트 이호정 수박 바이어는 "농사에 손이 많이 가는 수박 대신 키우기가 더 수월한 배추를 선택한 농가가 산지마다 최대 50%까지 늘었다"며 "6월부터는 30%가량 재배면적이 줄어 가격이 더 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청과담당 김석원 MD는 "수박 재배지가 배추, 대파 등 엽근채류 재배지로 바뀌어 작년보다 10%가량 감소했다"며 "올여름 고온다습한 날씨가 예보돼 수박 수요가 늘 전망이므로 수박 시세는 계속 강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의 영향으로 냉동 고등어 가격도 뛰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5월 셋째 주 고등어는 1상자당 4만5천원 정도에 거래돼 작년 거래가인 3만~3만3천원보다 크게 올랐다.

   봄철 고등어 금어기에는 일본산 생물 고등어가 국산 고등어를 대신해 왔는데, 올봄 금어기에는 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산 수입물량이 급감하면서 냉동 고등어 값이 뛴 것.

   고등어 수입가도 덩달아 올라 관세청의 4월 농축수산물 가격동향을 보면 수입 냉동 고등어는 3월보다 18.9%, 작년 4월보다 45.2% 각각 오른 1㎏당 2천696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