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 만들기 101=메리 와인 애슈포드 외, 추미란 역, 동녘, 551쪽, 1만9천800원.

[경인일보=김선회기자]얼마전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이 10년간의 긴 도피 생활 끝에 미국의 군사작전으로 사살됐다.

전문가들은 "빈라덴 사살은 9·11 사태로 응어리진 미국인들의 보복 심리를 일시적으로 충족시켰을지는 모르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세계 평화와 안전에 오히려 해를 끼칠 공산이 크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폭력에 또 다른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은 더 큰 불행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미국은 정의와 세계 평화라는 구실로 빈라덴을 법정에 세우지 않고 '즉결처형'했다. 이는 정말로 '정의'를 위한 일이며, 세계 평화를 가져올까? 이 책은 이런 시각에서 출발한다.

이 책을 쓴 메리 와인 애슈포드는 20년 넘게 현장에서 평화운동을 해온 활동가다. 그는 현재 세계의 흐름을 좌우하는 두 개의 세력이 서로 대치하고 있다고 본다. 그 중 하나는 무력, 핵무기, 군산 복합체를 통한 군사주의를 중시하고, 법의 힘보다는 힘의 법칙을 우선시하면서, 세계 지배를 노리고 있는 미국이다.

미국은 국제법을 무시하고 자원 경쟁을 벌이고, 인종 및 종교 간의 갈등과 인간의 권력욕을 부추기며 전쟁을 일으킨 결과 기본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지구 환경이 파괴됐고, 더 나아가 인류의 생존권 자체가 위협받게 됐다고 본다.

또 다른 세력 하나는 이에 반대하여 여기저기서 분연히 일어난 시민 단체들과 세계 여론이다. 이들은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통합된 의지를 관철시키며, 전쟁 없는 세상, 관용과 이해가 통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것은 이 세계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세계 평화를 함께 실천하는 일이라고 말하며, 구체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101가지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시민사회운동이 평화를 이끈 대표적인 사례로 지뢰사용 금지조약을 이끌어낸 일(해결책 101가지 중 33번째 '국제 캠페인을 성공으로 이끈다'), 다양한 민주주의 제도와 선거 사례(72번째 '독립 미디어를 통해 공공의 의견을 관철시킨다') 등을 제시한다.

저자는 내가 만들 수 있는 평화운동의 작은 물결이 리비아 사태 같은 지금 눈앞에 보이는 전쟁을 당장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이지만, 우리는 다음 세대 또 그 다음 세대까지 이어서 할 수 있는 평화운동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화적인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에 누구나 자연스럽게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결코 짧은 시간에 끝낼 수 없는 일이지만 사례들을 하나씩 훑어보면 우리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