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진갑 (경기문화재단 문화협력실장)
[경인일보=]'트로이 목마' 이야기로 우리에게 알려진 트로이전쟁은 고대 그리스 시대 대표적인 전쟁의 하나이다. 트로이 유적을 찾은 관광객 중 2004년에 개봉된 영화 '트로이'에 나오는 웅장한 성곽을 기억하는 이들은 트로이 성곽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데 실망한다. 2007년 트로이 유적을 탐방한 필자도 그 중 한 명이다. 실망하고 돌아서 나오는데 입구 쪽 안내판에 로고 하나가 눈에 띄었다. 유적 안내판 하단에 그려진 한국 기업 로고이다. 기업들이 이미지 제고를 위해 문화 경영을 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이 터키에까지 그들의 이미지를 심고 있었다. 유적에 실망한 한국관광객들에게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기업의 여러 홍보프로그램 중 그 효과가 가장 높다고 하는데 같이 간 관광객들의 반응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기업들이 문화 경영을 시작한 것은 오래되었다. 국민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은 제품을 선택할 때 품질보다는 품격을 보고 선택한다. 품질은 단순히 제품의 성능만을 나타내 주지만, 품격은 품질에 문화적 감수성이 덧씌워져서 형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은 기업의 이미지에 문화를 입히기 위한 문화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경영은 활용 측면에서 크게 세 가지 전략이 있다. 예술가들을 지원하거나 앞의 트로이 유적 사례와 같은 사회 공헌 전략, 예술 작품을 상품 디자인이나 광고에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 조직 관리에 문화를 도입하는 경영 전략 등이다. 한국에서 마케팅 전략과 사회적 공헌 프로그램은 다수 도입하고 있으나, 경영 전략을 사용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매우 드물다.

문화 경영 전략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다. 직원에게 포상으로 책과 예술 공연 관람권을 지급하는 것, 직원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것, 직원 및 가족을 문화예술행사에 초대하는 것, 문화예술 도서 위주의 도서 공간을 마련하는 것, 문화예술가들을 초청하여 교육을 실시하는 것, 거래처 및 고객을 문화예술행사에 초대하는 것, 사내 혹은 사외에 미술품 전시 공간을 운영하는 것 등이 있다. 지난 5월 20일 '아시아 문화정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개최된 한 포럼에서 이정만 박사와 김형진씨가 공동으로 발표한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문화 경영 정책 제안'에 따르면 한국 기업 중 문화경영전략을 네 가지 이상 실시하는 기업은 조사 대상 기업의 15%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흥미있는 것은 네 가지 이상의 문화경영전략을 도입한 기업과 한 가지도 도입하지 않은 기업 직원의 여러 설문에 대한 반응이다. '회사 내 동료와의 관계 만족도'에서는 '그렇다'고 대답한 직원이 전자가 79.6%, 후자가 57.9%였다. '자기 회사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전자는 68.8%가 '그렇다'고 대답한 반면 후자는 57.9%였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생산을 높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전자는 74.2%, 후자는 54.8%가 '그렇다'고 답하였다. 특히 이직을 고려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이 전자는 30.2%에 불과한데, 후자는 56.1%에 달하였다. 2010년 말 취업 포털 '커리어'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새해 목표를 조사하니 '이직과 전직'이 1위였다고 결과가 나오고 이것이 신문에 보도되면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중소기업 CEO들은 직원의 높은 이직률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한다. 적은 비용으로 기업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해결해 주는 길이 문화경영이 아니겠는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문화 경영을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를 자금부족과 문화경영기법을 모르거나, 활용가능한 문화예술 정보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 문제를 도와주기 위한 중앙정부의 프로그램이 있으나 매우 부족하다. 이제 자치단체와 문화 기관이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 CEO들도 기업 경영 과정에서 봉착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경영전략을 도입할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