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힘은 역시 셌다.
11일만에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 주식을 대거 사들이자 코스피가 단번에 56포인트를 뛰었다.
26일 코스피는 미국과 유럽 증시의 동반 상승 영향으로 전날보다 24.06포인트(1.18%) 오른 2,059.93으로 출발했다.
이후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수에 힘입어 상승폭을 점차 키워나갔다.
장중 1%대의 상승률을 나타내던 지수가 장 후반 들어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커지자 상승폭을 확대했다. 결국 56.04포인트(2.75%) 오른 2,091.91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상승폭은 2009년 1월 28일(64.58P)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올해 들어 최대상승폭인 47.23 포인트(4월 20일)를 갈아치웠다.
지난 11일간 3조7천억원 가까이 팔아치운 외국인은 이날 2천889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도 1천382억원을 사들이며 힘을 보탰다. 전날까지 강한 매수세를 보였던 개인만 5천166억원을 내다 팔며 독자 노선을 걸었다.
국내 증시뿐 아니라 아시아 주요 증시도 강세를 나타냈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1.48% 상승했으며 대만증시의 가권지수도 0.70% 올랐다.
전문가들은 차익 실현 목적의 외국인 매물이 대부분 소화되면서 외국인이 매수 우위로 전환한 것으로 해석했다.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대신증권 박중섭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외국인 순매도의 성격을 보면 한국에 대한 '비중축소'라기 보다는 차익실현의 성격이 강했다. 이탈을 주도해온 유럽계 자금이 지난달 사들인 금액은 2조5천억원 가량으로 거의 다 소진됐다. 외국인의 복귀를 기대해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투명성 등 대외 악재가 남아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아직 대외 악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단기 급락 이후 저가 매수세 유입에 따른 반등으로 보는 편이 바람직하다. 저점을 확인한 이후에야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운송장비(5.73%), 화학(4.26%) 등 최근 강세장에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주도주가 강세를 나타냈다.
외국인 순매수가 몰린 제조업과 전기전자도 각각 3.59%와 2.74% 급등했다. 지수 반등에 증권도 2.64% 올랐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마찬가지로 자동차와 화학 관련주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현대모비스[012330]가 7.29% 급등했으며 LG화학[051910](7.08%), 기아차[000270](6.70%), 현대차[005380](5.64%)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또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재돌파했다는 소식에 SK이노베이션[096770]과 S-Oil[010950]이 각각 6.97%와 4.71% 상승했다.
IT주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삼성전자[005930]가 나흘 만에 반등했으며 하이닉스[000660]도 4%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피 조정에 부진을 면치 못하던 코스닥도 반등, 전날보다 8.73포인트(1.85%) 상승한 479.96으로 마감했다.
환율과 채권은 급등한 주식시장의 영향을 받았다.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 진입 하루만에 1,080원대로 주저앉았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3.50원 내린 1,088.30원에 거래를 마쳤다.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4%포인트 상승한 3.61%에, 5년물 국고채 금리는 0.05%포인트 올라 3.91%를 기록했다. 장기물인 10년물과 20년물 금리는 4.26%와 4.44%로 0.04%포인트씩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