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환 (인천본사 편집경영본부장)
[경인일보=]참으로 이게 나라인가. 부족사회인가. 곳곳이 제몫찾기 전쟁이다. 지금은 좀 한숨을 돌렸다지만, 정말 가관이다. 세종시로 온 나라를 들쑤셔놓더니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등장했다. 이어서 과학비즈니스벨트,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이전 문제로 나라가 사분오열됐다. 국익이나 나라는 온데 간데 없고, 오직 지역이익뿐이다.

시발은 동남권 신공항의 백지화다. 아직 신공항의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아 당장 건설하는 것은 국익에 반한다는 것이 정부의 결론이다. 어찌보면 뻔한 결론이었는지 모른다. 한 식구라던 영남권이 남북으로 갈려져 있는 상황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 올릴 수 있었겠는가. 예상대로 이 지역들은 난리가 났다. 삭발을 하고, 떼거지로 항의집회를 열었다. 국회의원들의 말투를 보면 여당의원인지, 야당의원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다. 오히려 여당쪽 의원들의 목소리가 더 컸다.

정부는 내친 김에 과학벨트와 LH의 이전 문제까지 결론을 내버렸다. 때늦은 결론은 다분히 지역적 분배 성격이 강했다. 그런 만큼 그 파장도 컸다. 신공항때와 마찬가지로 단식 농성에 삭발 시위로 이어졌다. 도지사는 물론이고 국회의원까지 예외는 없었다.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도, 장관을 지낸 이도 가세했다. 국익에는 늘 뒷전이었던 국회의원들도 지역문제라면 열일을 제쳐놓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쟁을 조정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분열의 중심에 선 모양새다.

정부도 참 한심했다. 어느 것 하나 명분있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설득력도 부족했다. 그냥 뻔한 술수가 지역민들에게 읽혔다. 결과가 훤히 보이는데 마냥 시간만 끌어온 꼴이다. 그러다 보니 해당 주민들 입장에선 얼마나 허탈하고 분노가 치밀었을까. 이해도 간다. 요즘 정부가 하는 일이 뭐하나 시원하게 해법을 제시하는 게 없지 않은가. 그렇다 치더라도 국익은 제쳐두고 오직 지역민에만 파고드는 영호남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좀 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고, 얄밉기까지 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우린 왜 '이런 정치인들이 없을까'하고 내심 부러움이 앞서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 정치인들의 행동은 그 지역에선 정작 '정치쇼'로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속이 훤히 보이는 '오버액션'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모양이다. 지키질 못할 약속을 남발하고, 생색내기에 급급하고, 일이 터지고 나면 앞장서서 걱정하는 체하는 일종의 쇼 말이다. 일이 벌어졌을땐 가만있다가 다 끝난 후에 난리를 펴고 있다는 눈총인 셈이다.

그렇다면 인천 국회의원들은 어떠한가. 인천은 요즘 어느 때보다도 굵직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누구 하나 몸을 던져 해결하려는 사람이 없다. 특히 중앙무대에서 힘을 보태야 할 인천 출신 국회의원들은 늘 뒷전이다. 아예 잠수를 탔다는 말이 옳을듯 싶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요즘 부쩍 지역구에서 얼굴을 내민다고는 하는데, 정작 지역현안에 대해선 꿀먹은 벙어리다. 겨우 한다는 것이 지역 언론의 기고를 통해 내는 목소리가 전부다(총선팸플릿용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인천은 2014 아시안게임이 지척인데, 아직 주경기장은 삽질도 못했다. 정부가 설계변경 승인을 이유없이 질질 끌다가 뒤늦게 승인했고, 정부의 예산 지원은 한 푼도 못받을 판이다. 또 인천만 건설과 수도권쓰레기매립지 매립기간 연장 등등. 중앙부처와 얽힌 현안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그 중심에 서서 현안을 조정하고, 중앙정부와 맞붙어서 예산을 따내야 할 우리의 선량(選良)들은 보이질 않는다. 인천시장이 야당 소속이라서 여당 의원들은 돌아가는 '꼴'만 보고 있단 말인가. 그럼 야당 의원들은 어디서 뭐하고 있는가. 참 답답한 노릇이다. 차라리 '정치쇼'라도 좋으니, '인천의 목소리'를 말과 행동으로 보여줄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