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선욱 (분당소방서장)
[경인일보=]우리나라의 병원 전(前) EMS(Emergency Medical Service, 응급의료서비스)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소방조직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각종 재난 현장에서의 구급업무 수행은 소방(행정안전부)에서 담당하지만 관련 규정은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에관한법률'을 준용하고 있었으나, 올해 3월 '119구조·구급에 관한법률'이 제정되면서 구급업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우리만의 법을 갖게 되었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2001년 대비 2010년도 구조건수는 220%가 증가한 28만1천743건에 달하며, 구급 또한 51%가 증가한 142만8천275건을 출동 하였다. 이는 국민들의 사회 복지 서비스에 대한 욕구 증가와 이에 부응하기 위한 정부의 공공재(정부재정에 의하여 공급되어 모든 개인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 공급 노력의 결실일 것이다. 하나 그 이면에 숨어있는 국민들의 공공재에 대한 사유화 이기주의는 관련법 시행을 앞둔 소방조직에서 생각해볼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 관련법 제정과 관련한 홍보자료를 보면 응급상황이 아니면 119가 출동하지 않고, 이송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는 점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현행의 잘못된 소방의 공공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나 자료의 어떤 부분에서도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부분이 없다. 물론 법치국가에서 법 제정·시행에 따른 국민들의 법규 준수는 당연한 의무이나 이제까지 사용했던 소방 공공재를 단순히 법으로 규정하여 시행할 경우 민원 제기 등 현장에서 활동하는 소방대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많다.

헌법 제1조에 명시되어 있듯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여기에서의 공화(共和)란 미덕을 갖춘 시민이 자신의 사적 이익을 '양보'하여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말은 전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한다는 말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전체에 공통되는 이익을 도모할 때 궁극적으로 자신도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단순감기, 치통, 정기적 병원검진 등으로 119를 이용하는 사람이 증가하면 한정적인 소방자원으로는 촌각을 다투는 중증손상 및 심정지 환자들이 Golden Hour(황금시간으로 1시간 이내 병원 도착)내에 전문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것이다. 자신의 작은 이익(이송료)과 죽어가는 누군가의 생명과 맞바꾼다는 생각, 다른 사람의 작은 이익이 내 생명 값이 된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자세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할 때이다. 또한 소방조직에서도 국민과의 소통을 통한 공감대 형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소방 공공재 제공 방안, 지속적인 소방자원 확충 등 내부적인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번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제정은 119 신고를 무조건 자제하라는 것이 아니다. 각종 생활민원 해결사로 가장 낮은 곳에서 국민과 호흡하던 119소방은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다만 신고 전(前) 무엇이 공공선(개인을 위한 것이 아닌 국가나 사회 또는 온 인류를 위한 선)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고 119를 이용한다면 귀중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