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필 때만 반짝 집중되다가 사라진다고 해서 '개나리 투쟁'이라고 불리던 대학가의 등록금 투쟁이 올해는 6월 들어서까지 이어지고 있다.
각 대학에서는 올해 학기초 등록금 투쟁 방안을 의제로 몇년 만에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비상학생총회를 열었고 학부모와 유명인들도 등록금 인하 운동에 가세하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거리 집회에 나설 예정임을 밝혀 등록금 완화 방안이 임시국회에서 다뤄지는 6월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대학생 현실 한계상황 = 1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경찰청에 의뢰해 정리한 통계에 따르면 등록금 등 경제적 고민 말고도 여러 사유가 있지만 2001~2009년 매해 평균 대학생 23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초ㆍ중ㆍ고등학생 자살자보다 많은 숫자다.
정부가 운영하는 '든든학자금(ICL)등 대학 학자금 대출제도는 대학생 신용불량자를 양산한다는 것이 대학가의 반응이다.
교과부와 한국장학재단 등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현재 학자금 대출액을 제대로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학생은 2만5천366명으로 2007년 말(3천785명)보다 6.75배나 늘었다.
유례없는 취업난에다 등록금 부담까지 겹치면서 휴학을 택하는 학생도 크게 늘고 있다.
휴학 기간 자격증을 따고 인턴 경험을 하는 등 `스펙' 쌓기에 나서거나 아르바이트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터라 4년 만에 졸업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는 게 최근 대학가 분위기다.
이승훈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대학교육실장은 "지금 대학생들은 `대학을 다니려면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모순에 처해 있다"며 "정부가 등록금 문제 해결에 진지하게 나서지 않으면 내년 선거에서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도 "등록금을 실제로 부담하는 주체는 학부모"라며 1인 시위에 나서고 배우 김여진 등 유명인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인터넷상에는 누리꾼들이 등록금 문제 해결을 목표로 `교육혁명당'이라는 정당을 공식 창당할 움직임까지 보이는 상황이다.
◇근본 대책 요구하는 학생.시민단체 = 시민단체 등은 여권이 내놓은 안이 등록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국등록금네트워크(등록금넷)는 "모든 대학생에게 반값 등록금을 적용하든가 최소한 80%에 해당하는 소득 8분위까지는 반값등록금 정책의 애초 취지에 맞게 등록금을 감면하거나 장학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등록금넷은 B학점 이상 학생에게만 혜택을 주는 안에 대해서도 "상대평가제가 엄격하게 시행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 학생은 휴학과 아르바이트로 성적상 불이익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학들이 재단 전입금을 쌓아놓기만 하고 등록금을 스스로 내리려 하지 않는다며 지난달 3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국가가 대학 재정을 확대하는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데 대해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대련은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1일 선언했다.
한대련은 이날 오전 숙명여대에서 향후 투쟁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 이달 11일까지 매일 오후 8시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한대련은 또 이달 7일 전국 100여개 대학 대표 학생들과 시민사회단체, 정당 관계자 등이 모인 가운데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대학생들의 등록금 관련 요구를 전달하는 한편, 각 대학에서도 촛불집회를 계속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의 반값 등록금 정책은 사실상 소득 하위 50%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늘리는 것이고, 게다가 B학점 이상의 학생들만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라며 "대학생들의 요구를 기만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등록금넷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6월 초 등록금 문제 관련 토론회와 무기한 1인 시위, 야당 의원들과의 공조 활동 등 등록금 인하를 위해 적극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