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의 지원과 대학의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2일 '반값 등록금' 추진 방침을 밝힌 이후 중하위 소득계층 학생들에 대한 정부 장학금과 대출지원을 늘리는 방안이 주로 당정 간에 논의돼왔다.

   하지만 등록금의 절대적 금액이 너무 비싼만큼 대학이 등록금을 내리려고 스스로 노력해야 하며 이를 독려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 여야 정치권과 학생ㆍ학부모단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부실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지원대상을 줄이고, 나아가서는 대학보다는 직업교육 전문기관의 내실화가 필요하며 학벌지상주의를 고쳐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ㆍ정부의 장학제도 확충방안 = 정부 여당의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은 △취업후등록금 상환제(ICL)등 장학제도 확충 △등록금자체 인하 등 크게 2가지 트랙으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장학제도 확충은 소득구간 하위 70%에 대해서만 주로 지원되는 국가장학금 지원규모와 대상을 넓혀 소득구간 하위 50% 계층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자녀는 전체 등록금 중 80% 가량을 장학금으로 지원하는 등 소득구간에 따라 장학금 지원 비율을 20∼80% 정도로 차등화하자는 구상이다. 이를 위한 소요예산은 2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든든학자금'이라고 불리는 취업후등록금상환제(ICL)는 현정부의 대표적 국가장학금 대출제도이지만 소득하위 70% 가정의 B학점 이상 학생만 수혜대상이다. 학비를 마련하느라 공부에 매진할 수 없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겐 엄격한 기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금리를 꾸준히 낮추긴 했지만 여전히 정책금리보다 높은 4.9%이기 때문에 3% 대로 내려야한다는 법률 개정안이 의원 발의로 국회에 계류 중이며, 군입대기간에는 이자를 면제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든든학자금 제도 이용자수는 지난해 1학기 11만여명에서 올해 1학기 15만3천여명으로 늘긴 했지만, 많게는 100만명까지 이용토록 하겠다는 당초 목표치에는 한참 못미친다.

   동시에 대학생 신용불량자수는 지난해말까지 2만5천명까지 늘어나 학자금 대출 제도도 어차피 대출이므로 갚을 능력이 없는 학생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이용을 늘리라고 권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의 지원책 = 교과부는 여권에서 주도권을 잡고 추진 중인 든든학자금 지원 확대 등과 병행해 내년에는 대학에 지원되는 고등교육 예산을 1조5천억원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2년도 고등교육예산안의 규모는 올해 4조9천724억원보다 2조1천억원 가량 늘린 7조1천원이다. 교과부는 인건비 등 기존 사업에 대한 자연 증가분이 7천억원 정도 되기 때문에 실제 추가되는 예산은 1조5천억원 정도라고 설명한다.

   항목별로는 든든학자금 등 국가장학금 규모 확대와 국립대 선진화 지원 사업을 위한 증액ㆍ신규 예산의 비중이 크다.

   특히 올해 7천136억원 수준인 든든학자금 및 저소득층에 대한 국가장학금 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잡았다.

   든든학자금은 군입대기간 이자면제가 성사되는 것을 전제로 589억원, 학점제한 폐지에 92억원, 수혜대상을 소득분위 8∼10분위까지로 확대하는데 1천292억원, 올해 1학기 종료되는 288억원 규모의 차상위 계층에 대한 장학금을 내년에도 계속 지원하기 위한 예산 등을 책정했다.

   교과부는 1천550억∼2천억원 정도는 초중등 교육에 지원되는 지방재정교부금을 줄이고 700억원 정도는 대학시설 지원 관련 예산을 줄여 충당할 계획이다. 아울러 5천억원 정도인 초중등 교육 중앙 정부 지원예산 중 일부를 등록금완화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초중등학교에 투입돼야할 예산을 빼내 대학등록금에 사용하는 것은 '예산돌려막기'라는 지적도 있다.

   관건은 정부 예산을 책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다. 대부분의 추가예산은 결국 순증 분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물가 연동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등록금 상한제를 좀더 강력하게 운영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 구조조정ㆍ대학의 고통분담도 병행 =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 대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을 늘리는 방식은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지탱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따라 대학이 자체 적립금 등을 활용해 장학금 지원을 늘리고, 등록금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수입원을 마련해 등록금을 애초부터 낮춰 책정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대학의 수입원 확충을 위해 대학 총 등록금의 5% 한도내에서 10만원 소액 기부를 할 때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 기업이 대학에 기부할 때 역시 세액공제를 가능케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또 대학이 산학협력이나 수익사업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구상되고 있다.

   등록금 완화가 부실대학을 정부 예산으로 연명시키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된다는 지적에 따라 대학 구조조정을 병행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든든학자금의 경우 17개 부실대학 학생은 수혜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올해는 수혜 제외대상 대학이 더 늘어난다.

   4년제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지난달 31일 긴급이사회에서 정치권 주도의 등록금 완화 추진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대학 재정지원을 우선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익집단으로서 회원대학들의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학의 고통분담을 겨냥하는 여론을 견제하는 동시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것을 우려한 회원 대학들의 민원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결과다.

   하지만 사립대의 적립금은 2009년 결산 기준으로 149개 4년제 사립대의 누적 적립금은 6조9천493억원에 달하지만 대부분이 대학건물 등을 짓는데 사용하는 건축적립금, 기타적립금 등이고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장학 적립금 비율은 8.6%에 불과하다. 또 적립금이 얼마나 되는지를 밝히는 것도 꺼리고 있어 학생.학부모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교과부는 전국 4년제 사립대와 전문대가 교비회계에서 등록금 회계와 적립금 회계를 분리해 공개토록하는 규정을 올해 발효시켜 8월부터 공개토록 한다.

   대학들 사이에서 등록금 인하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도 중요하다. 2천890여억원에 달하는 누적적립금을 확보하고 있는 수원대는 지난해 모인 적립금 320억원 가운데 250억원을 장학기금으로 조성해 학생들에게 돌려주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