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고객 3천만명을 관리하는 농협전산망 마비와 현대캐피탈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 일련의 사고로 많은 국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현대캐피탈 해킹사건은 범인들이 단돈 2천만원에 전문 해커를 고용해 고객정보를 빼내어 이를 범죄에 악용하기 위해 시도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개인정보 침해로 인한 피해액은 11조원에 이르고 집단소송 등 참가자만 20여만명, 청구금액은 2천여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IT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정보화 사회는 개인이나 집단간 거래에서 많은 편리와 혜택을 가져다 주었고, 경제성장과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지만 그 역기능도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다. 비단 인터넷 해킹문제 뿐만 아니라 인터넷 게시판, 미니 홈페이지, 이메일, 휴대전화, 트위터 등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 대한 악성루머를 퍼뜨리거나 공포감을 주는 '사이버스토킹' 범죄까지 포함하면 더욱 그러하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범행을 하는 당사자들 대부분이 사태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큰 죄의식 없이 행한다는 것이다. 개인정보의 유출로 인한 피해사례는 다양한 형태로 보고되고 있는데, 실례로 청소년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한 후 온라인 게임 회원으로 가입시켜 부당하게 이용요금을 편취한 사례도 있고, 독신 여성이나 고급 승용차 소유자의 주소를 알아내어 강도 대상으로 삼은 사례도 있었으며, 원하지 않는 광고성 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보내 극심한 불쾌감과 시간낭비를 초래하는 사례는 거의 일상사가 되었다.
한편, 현재까지는 사이버세상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그 폐해를 정확히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객관적 규제방안이 그 뒤를 힘겹게 쫓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문득 2년 전 어느 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재임 당시 실행해 보았던 '교통질서 확립운동'이 생각난다. 교통사고율 전국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벗기 위해 필자가 시도했던 것은 더욱 엄격한 법의 적용이 아니라 지역시민들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높여주면서 병행한 교육과 계도였다. 다행히 그간의 형식적이고 단발적인 단속의 강화와 계도에 식상했던 시민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그 저변에서부터 '예향의 고을에서 교통사고율 전국 꼴찌는 불명예스러운 일이다'라는 분위기가 생겨나게 되었다. 그러한 자각의식은 최하위였던 사고발생률을 중상위권으로 향상시키는 밑거름이 되었다.
어차피 미래의 발전 속도 특히 사이버 세계의 놀라운 성장속도를 생각하면 그에 대한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하다. 위의 교통사고 줄이기 캠페인에서 보듯이 사이버 세계가 발전을 거듭할수록 일방적인 통제의 강화보다는 인간 자체의 귀한 내면적 속성 개발에 더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물리적 행동으로 인한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인간 정신세계의 건전한 육성이 미래의 건강한 정보사회를 건설하는데 필수요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해답은 과거 우리가 중요시했지만 지금은 사라져가는 가치관-예를 들어 가족간의 깊은 유대감, 친구들간의 지속적인 우정, 인간에 대한 긍정적 믿음, 직장에서의 소속감과 안정감, 소유와 분배에 대한 전통적 윤리의식, 기성세대에 대한 신뢰, 권위에 대한 자발적 순종, 공동체간의 협동 등의 회복이라 생각한다.
작년 말 국내 유수의 기업체 및 민간단체 대표들이 '사단법인 한국개인정보보호협의회'를 발족시켜 기업체와 각 민간단체들이 스스로 개인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 보호하고, 선진정보사회가 지향하는 정보안심사회의 구현을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이러한 정부와 기업체 및 여러 사회단체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관심 제고와 구체적인 실천의지로 국민의 정보인권이 확보되고, 정보안심사회가 구현되어 국민 개개인이 안심하고 첨단 현대문명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IT강국의 위상에 걸맞은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가정과 학교 및 사회교육을 통한 인간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의 회복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