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성남/배상록기자]"저희 할머니가 시장님 '광팬'이세요. 선물로 드릴래요." "다른 반 아이들은 사인 못 받았는데 자랑할 거예요."
지난달 31일 오전 성남시장 집무실에서는 난데없는 팬사인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사회과 '우리고장 성남' 학습을 위해 시청을 찾은 늘푸른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들이 2층에 마련된 홍보관을 견학한 뒤 때마침 집무실에 있던 이재명 시장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것.
시끌시끌한 틈바구니에서 "퀴즈를 하나 내겠다"며 어린이들의 시선을 잡은 이 시장이 "시장이 뭐하는 사람이게?" 하고 질문을 던졌다.
"성남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요", "성남 대장이요" 등등 우스꽝스러운 대답 속에서 '성남시 살림살이를 하는 분' '성남시를 대표해 시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제법 어른스러운 대답들도 쏟아져 나왔다.
"시장은 누가 뽑느냐"고 물어 "시민들"이라는 대답을 끌어낸 이 시장이 "여러분들도 시민인데 왜 투표권을 주지 않느냐"고 묻자 어린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장난칠까봐"라고 입을 모았다.
이 시장은 "맞다. 여러분이 뽑은 반장이 여러분을 위해 일하듯 성남시장도 성남을 대표해 시민들을 위해 일한다. 장난치듯 아무나 반장으로 뽑으면 안 되는 것처럼 시장을 잘못 뽑으면 시민들이 고통받고, 내가 뽑은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 대다수 시민들이 손해를 본다"고 즉석 수업을 했다. 시의회와의 갈등 상황을 연상시키는 대목이었지만 그는 "그러니까 반장 말 안 듣는 사람이 있으면 시장님한테 일러라"라는 농담으로 웃음을 유도하며 자연스럽게 마무리를 했다. 아이들이 빠져나간 뒤 일정을 소화하던 이 시장은 '장애아동이 화장실에 가느라 사인을 받지 못했다'는 담임선생님의 말을 전해 듣곤 문앞으로 나가 다시 사인을 해 주는 '팬서비스'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3월 말부터 두 달여 동안 시청을 찾은 초등학생은 모두 28개교 120여개 반. 하루 100명이 넘는 어린이들 때문에 결재가 10~20분 미뤄지고, 때론 점심 약속이 늦어져도 이 시장은 일정이 허락하는 한 이 꼬마 손님들의 방문에 일일이 응하고 있다. "10여년 후면 모두 유권자들이니까"라며 웃었지만, 그의 표정은 정작 10여년 후보다 당장 이들과의 만남이 더 유쾌하다고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