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오전 인천시 남구 용현5동에 위치한 텃밭에서 인항고등학교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이 다문화가정, 독거노인 등 저소득계층에게 전달할 채소를 정성스레 다듬고 있다. /김범준기자 bjk@kyeongin.com

[경인일보=홍현기기자]'함께 가꾼 채소 지역의 불우이웃에게'

인천시 남구 용현5동에는 지역주민이 함께 가꾸는 텃밭이 있다.

지역주민과 학생 수십명의 정성이 가득 담긴 2천580㎡ 규모의 텃밭에서 나온 채소는 정성을 쏟은 주민이나 학생이 아닌 지역의 다문화가정이나 독거노인 등 저소득 계층에 매년 전달된다.

7일은 1년간 주민과 학생들이 정성들여 가꾼 상추 일부를 거둬 독거노인에게 전달하는 날.

이날 오전 8시에 수확의 기쁨을 함께 하고 싶어 직접 나온 노인과 1교시까지 빠져가며 나온 학생들의 손에는 싱싱한 상추가 가득 담긴 바구니가 들렸다.

이 텃밭을 처음 가꾸기 시작했다는 이효재(53·여)씨는 "16년 전 땅주인이 허락해 줘 그때부터 텃밭을 일구기 시작했다"며 "매년 밭에서 나온 야채는 다문화가정이나 독거노인 등 불우한 이웃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의 마음에 지역주민과 학생들의 힘이 더해졌다.

인항고등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이곳을 찾아 텃밭가꾸기에 힘을 보탠다. 학생들은 땅에 비닐을 씌우고 씨를 심고, 주변이 허물어지지 않도록 망을 치는 일까지 도맡아 해 왔다.

최우제(인항고 3)군은 "밭일은 이번이 처음인데 생각보다 어려웠다"며 "그렇지만 직접 가꾼 상추를 어르신과 나누게 돼 보람차다"고 말했다.

인항고 교무부장 이춘섭(49)씨도 "이렇게 수확한 채소를 주말이나 아이들이 시간될 때 직접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드리곤 했다"며 "그때마다 아이들이 느낀 게 많다고 생각, 이렇게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정성이 모인 텃밭에는 상추만이 아니라 쑥갓, 호박, 치커리 등 각종 채소가 보기 좋게 자라고 있었다.

이날 이들이 수확한 상추는 모두 180여명의 독거노인에게 돌아갔다. 손자같은 학생들이 고생하는 게 안쓰러워 직접 상추를 따러 왔다는 박상례(73·여)씨는 "노인정에 가져가서 노인들과 점심으로 함께 먹으려 한다"며 "상추가 하나같이 잘 자라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정성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미처 수확하지 못한 상추 등 야채는 앞으로 매주 월요일 수확해 독거노인들과 계속해 나눌 예정이다.

이효재씨는 "병원에서도 밭일을 하면 허리가 나빠진다고 그만두라 했지만 이상하게 밭에만 오면 힘이 솟는다"며 "함께 동참해 주는 주민, 학생들과 계속해 밭을 가꿔 지역과 나눌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