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규 (명리학자)
[경인일보=]이웃과 잘 지내라는 말이 있다. 가까이 살다보면 작은 시비도 생겨나게 마련이고, 때로는 얼굴을 붉히며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길게 보면, 그리고 크게 보면 이웃과 잘 지내는 것이 당연히 좋은 일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 자명하고도 간단한 이치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런 까닭에 현재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먼 장래의 대한민국을 생각해 볼 때마다 한 가지 걱정되는 일이 있다. 우리는 현재 우리의 이웃인 일본, 중국 그리고 약간 멀긴 하지만 러시아와 잘 지내고 있는가 하고 자문해보면 그게 좀 그렇다. 일본? 1900년대 초반 우리나라를 강점했던 나라이기에 여전히 감정이 깔끔하지가 않다. 우리는 아직 일본 대중가요를 공중파에서 들을 수 없는 사회로 남아있다. 그러면서도 한류가 일본에서 인기를 끈다는 소식을 들으면 은근히 좋아한다. 중국? 역사상으로 늘 우리가 침략을 받았거나 또는 큰 나라로서 작은 우리가 섬겼으니 이른바 사대(事大)의 대상이었다. 그런 일로 해서 공식석상이 아니면 즉각 '쪽발이' 또는 '되놈'이란 말이 먼저 나오는 우리들이다. 독도 문제 그리고 동북아 공정 같은 문제가 나올 때마다 늘 흥분하곤 하는 우리들이다. 비교적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지만, 속내는 그렇지가 않다. 이런 식으로 겉으로만 잘 지내는 것은 사실 잘 지내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이야 세계를 미국이 다스리고 질서를 잡고 있으니 별 탈이 없다 하겠지만, 언제까지 그럴 일도 아닌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 말이다. 훗날 미국이 아시아에서 물러가는 날, 우리가 중국이나 일본과 경쟁 적대 관계로 들어간다면 그건 우리 민족과 나라의 존립에 치명적인 위험이 될 것이라 본다. 그러니 그때 가서 중국에 대해 또 다시 벌벌 기면서 사대하기도 사실 진짜 창피한 노릇일 것이다. 14 억 인구에 대해 남북한 합쳐 1억 인구는 이른바 쪽수에서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일본과 갑자기 친해지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우리가 광대한 영토를 개척한 광개토대왕을 존경하긴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중국을 복속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며 일본에 대해서도 그럴 것이다. 남북한 통일 후의 우리가 혹시라도 주변 이웃 국가들에게 어떤 위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주변 국가들 역시 그에 따른 대응을 해올 것이다. 당장 남북한의 통일문제부터 중국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선린우호하는 것이 우선적인 방략(方略)이 될 것이며, 통일 후에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우리야말로 주변 누구보다도 이웃과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동북아시아 일대가 평화의 지역이 되게 하는 것은 주변 다른 나라들에 앞서 우리에게 가장 급선무라고 하겠다. 최근 들어 우리가 중국이나 일본 등과도 FTA 체결을 타진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부라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등에 대해 선린하고 우호함에 있어 우리가 선제적인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를 좀 어려운 말로 바꾸면 '이니셔티브'를 우리가 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일부 국민들이 보기에 우리가 지나치게 양보하고 때로는 굴욕외교라는 비판도 들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이 세상은 '지는 것처럼 보이는 자가 사실은 이길 때가 더 많다'는 점이다. 줌으로써 결국 갖는 것이고 너그러운 자가 더 강한 자가 되는 세상이다. 그런 연유로 이제 우리도 좀 더 너그럽고 유연한 외교 자세를 갖추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언제까지고 일본 대사관 앞에 가서 일장기를 태워버리는 감정적 처사만 반복할 것이 아닐 것이다. 동시에 갈수록 높아져 가는 중국의 위상에 지나치게 대응하는 것보다는 의연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해가면서 좋은 친구 나라가 되려는 노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일본과 중국에 대해 감정의 앙금을 먼저 선제적으로 내려놓는 일, 의심의 눈초리보다는 신뢰의 악수를 먼저 내미는 것이 먼 미래의 번영하는 대한민국을 지켜나갈 수 있는 최우선적 장기전략(長期戰略)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제 서서히 그럴 때가 되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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