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독일의 성장세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중소기업 정책이다. 독일은 산업육성 측면에서는 여러 유럽 국가들과 연합하여 움직이지만, 중소기업 정책에서만은 독립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독일이 선택한 중소기업 정책의 핵심은 공정경쟁의 조성이다. 여기서 공정경쟁이란 기업간 정당하고 치열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여 진정으로 실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성공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구체적으로 첫째, 효율적인 경쟁자들이 활발히 경쟁하는 여건조성. 둘째, 혁신을 추진하는 중소기업을 우대하는 환경조성으로 요약된다.
한국경제에서 중소기업 정책이라고 하면 시장에서 실패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을 돕는 후생적 의미가 강한 편이다. 그래서 한계에 도달한 중소기업에 세제혜택을 주거나 자금을 대출해주는 것 등이 전형적인 수단이었다. 그런데 독일이 보여주었듯이 성공하는 중소기업 정책은 한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아니다. 독일은 공정경쟁 정책을 통해, 역량 있는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또 한계기업들은 퇴출시키면서 경쟁력을 회복했다. 독일의 최근 성공은 공정한 경쟁이야말로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최선책임을 다시 일깨워준 것이다.
특히 첨단·고부가가치화를 소망하는 인천경제에 독일의 중소기업 정책은 소중한 교훈을 준다.
첫째, 중소기업 정책은 경쟁력을 키워주는 것이라는 교훈이다. 특히 산업근대화의 기조였던 제조집적지를 탈피하고 고부가가치화로 전환하려는 인천경제에는 의미가 큰 교훈이다. 인천경제에 필요한 첨단지식 중소기업군을 키우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혁신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실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키우는 정책 인센티브가 제대로 작동할 때, 인천경제는 글로벌 실력자들로 가득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정책성과를 쉽게 평가하려는 욕구를 버려야 한다. 정책입안자의 입장에서는 정책성과를 쉽게 계량화하는 방책을 선호한다. 그래서 정책입안 시점에서부터 수혜 대상을 확정하고자 한다. 정책대상을 확정하는 좋은 정책이 바로 기업인증제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벤처인증제도인데, '벤처기업'이라는 브랜드를 인증해 주고 그 기업들에 세제혜택 등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인증제도의 편리함은 벤처기업 인증 수(數)라는 계량적 지표에 의해 정책을 평가받는다는 점에 있다. 이 때문인지 기업인증은 점차 이노비즈(INNOBIZ·기술 혁신형 중소기업) 또한 사회적 기업과 같은 다양한 범위로 확대되기도 했다. 심지어는 중앙정부의 인증을 넘어서 지역별 인증제도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중앙정부의 기준에 미달되는 기업들을 지역에서 문턱을 더 낮추어서 인증을 주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왜냐면 도덕적 해이가 더욱 심해져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설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경제의 자부심은 중소기업을 통한 산업화에 대한 공헌이었다. 그런데 인천의 새로운 소망은 산업화 시대의 단순 제조집적지에서 벗어나 첨단·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한 중소기업들의 메카로서 도약하는 것이다. 이 소망을 이루는 비결은 실력 있는 기업을 키워주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을 질책하는 공정경쟁 조성뿐이라는 지혜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