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선회기자]

산더미 쓰레기장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

■ 낯익은 세상┃황석영, 문학동네, 236쪽, 1만1천원.

작가로서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황석영은 칠순을 앞둔 지금까지도 불꽃같은 창작열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신작 소설의 주무대는 '꽃섬'이라고 불리는 쓰레기장이다. 온갖 더러운 쓰레기가 넘쳐나는 이 세상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쓰레기장, 사람들이 쓰고 버리는 모든 물건들이 산을 이루는 진짜 쓰레기장이다. 거대하고 흉물스러운 쓰레기매립지인 이곳이, 생활의 터전인 사람들이 있다. '낯익은 세상'은 최하층 사회 속에서 형성기를 보내는 한 소년의 학습과 각성에 관한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주인공 딱부리는 어느 날 갑자기 쓰레기장이라는 세계로 들어왔고, 그 속에서 초자연적인 것과 조우하며 인간과 사회 학습의 길로 나아간다.

열 손가락 셈법을 언제 뛰어넘었을까

■ 숫자의 탄생┃조르주 이프라, 김병욱, 부키, 464쪽, 1만6천원.

숫자는 어디서 온 걸까? 옛날에는 어떻게 셈을 했을까? 누가 0을 발명했을까? 이 책은 이런 어린아이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숫자 혹은 셈 능력은 말하기나 걷기처럼 자연스러워 마치 타고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숫자는 불의 사용이나 농경의 발달과 마찬가지로 수천 년 혹은 수만 년 동안 인류가 발명에 발명을 거듭해 오늘 이 모습에 이르렀다. 숫자의 역사는 그래서 선사시대에서 중세에 이르는 인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시간 여행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숫자의 탄생을 살펴보며 지성이 보편적이라는 것, 그리고 진보가 인류의 집단적이고 문화적이며 정신적인 장비를 통해 이루어진 것임을 말해 준다.

'…그렇게 됐다면' 뒤집어 보는 한국사

■ 만약에 한국사┃김연철 외, 페이퍼로드, 335쪽, 1만4천800원.

흔히 역사에 '만약'이라는 말은 붙일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책은 과감하게 지난 백 년 동안 한국사의 흐름을 바꾼 사건들에 대해 '만약에'를 대입한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쏘지 않았다면', '고종이 망명정부를 세웠다면', '만주에 원자폭탄이 투하됐다면', '김재규가 박정희를 쏘지 않았다면' 등 34개의 흥미진진한 가정을 통해 한국사의 결정적인 기로에 섰던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탐험한다. 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갔던 길'의 역사적 의미를 진지하게 되묻는다. 이런 질문들을 통해 앞으로 '가야 할 길'의 선택을 위한 신선한 교훈들을 던져준다. 저자들은 우리가 살아온 지난 백 년을 성찰함으로써 우리가 살아야 할 앞으로의 백 년을 그려보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