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영준기자]'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가 17일 오후 8시 인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무대에 오른다. 부평아트센터가 개관 1주년을 맞아 기획한 '거장이 온다' 시리즈의 마지막 무대이기도 한 이번 공연에서 백건우는 올해로 탄생 200주년을 맞은 작곡가 리스트의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198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젊은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수차례에 걸쳐 리스트의 작품만으로 독주회를 가졌다. 기교를 과시하던 젊은 날의 '비르투오소 리스트'를 비롯해 '종교적인 리스트' '헝가리안 리스트' 등으로 나눠 작곡가의 주요 작품들을 연대기적으로 구성했다.
백건우는 당시 이 연주회를 준비하기 위해 3~4년간 원전에 가까운 악보와 작품 관련 문헌을 구하러 다니고 연구했다. 유럽의 청중은 순례자처럼 리스트의 작품 세계를 하나하나 짚어내려간 동양의 젊은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탄복했다.
이 피아니스트는 30년이 흐른 현재 고국에서 탄생 200주년을 맞은 리스트의 주요 작품들을 '문학과 피아노' '후기작품' '소나타'로 나눠 연주회를 진행중이다.
이번 부평아트센터 공연의 테마는 '문학과 피아노'이다.
주제에 맞춰 프로그램은 순례의 연보 제1년-스위스 중 '오베르만의 골짜기', '위로 3번', '두 개의 전설', '조성이 없는 바가텔', '메피스토 왈츠 1번', '야상곡-사랑의 꿈 3번' 순례의 연보 제2년-이탈리아 중 '페트라르카 소네토 104번'과 '단테를 읽고'로 구성됐다.
'오베르만의 골짜기'는 프랑스의 문학가 세낭쿠르의 소설 '오베르망'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며, 프랑스 혁명 당시 작가가 겪었던 인간적인 고뇌와 절박함을 그려내고 있다. '두 개의 전설'은 중세의 대표적 성인 성 프란치스코의 행적을 음악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연주회의 마지막을 장식할 순례의 연보 제2년-이탈리아 중 '단테를 읽고'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시 '단테를 읽고'에서 따온 것이다. 문학적 영감이 단테에서 위고를 거쳐 리스트로 이어져 음악으로 형상화되는 광경을 접할 수 있다.
한편 부평아트센터는 문학을 테마로 한 이번 연주회의 특성상 곡마다의 텍스트를 공연 프로그램북에 꼼꼼히 넣어 청중의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
R석 6만원, S석 4만5천원, 학생석 1만원. (032)500-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