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가 더 문제다. 또 한 차례의 구조조정 쓰나미가 임박한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의 결산마감일이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계속된 데다 올해는 부실문제까지 불거져 저축은행들의 올해 경영실적은 예년보다 나쁠 전망이다. "하반기에 저축은행에 대한 추가 영업정지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그렇다"는 답변이 시사하는 바 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대출 비중이 높고 재무구조가 열악한 자산 1조원 이상의 대형 3곳과 5천억원 이상의 중형 1곳이 살생부에 오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미 2차 수술준비를 끝내고 작전개시 명령만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대책 발표 시기도 머지않은 듯하다. 저축은행의 영업실적이 공표되는 8월 이전에 작전을 개시할 가능성이 크다.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에 대한 우려로 저축은행들은 벌써부터 크게 긴장하고 있다. 전국의 수많은 소액예금자들도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주목되는 것은 그간의 준비상황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로 구성된 저축은행 구조조정태스크포스(TF)는 저축은행에 한해 다음달 1일부터 실시예정이었던 국제회계기준(IFRS)의 적용시한을 5년간 연장했다. IFRS를 당장 적용할 경우 대손충당금이 일시에 불어나 부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89개 저축은행의 468개 부동산 PF에 대한 전수조사를 완료, 부실채권을 선별해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인수중이며 부실 PF대출 처리기간도 종전의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해 주었다. 지난해 7월 캠코에 부실채권을 넘긴 61개 은행 중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미만인 17곳에 대해서는 6개월 유예도 허용했다. 부적격 대주주들에 대한 심사작업도 이달 중에 완료할 계획이다.
후순위 채권 피해자 구제방안을 강구하고 대부업체가 보유한 고객 신용정보를 저축은행이 공유케 해서 경영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다. 그동안 제도권 금융기관들은 대부업체의 고객신용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 대출부실이 빈발했던 것이다. 여신전문 출장소 설립 요건을 대폭 간소화하는 한편 뱅크런에 대비해 저축은행들에 최대한의 실탄(현금) 확보를 강요했다. 덕분에 일반예탁금은 지난 1월의 2조3천100억원에서 5월 말에는 3조1천500억원으로 증가했다. 저축은행 수신고가 작년 말 77조원에서 73조원으로 축소되는 등 안전한 곳으로의 자금이동도 고무적이다. 김석동 위원장은 연착륙에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관건은 구조조정재원의 확보다. 지난 3월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해서 15조원의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을 마련, 이 중 4조8천억원은 8개 부실저축은행의 예금가지급 등에 소진했다. 매각작업에 추가로 2~3조원이 더 지출될 예정이어서 하반기 구조조정에 투입할 재원은 6~8조원 가량이다. 감독당국은 이 자금만으로 최대 8~9곳까지 구조조정할 수 있다며 공적자금 조성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 정도만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려 3조원 이상의 아이들 머니(idle money)가 저축은행 경영을 압박하는 터에 '눈가림 감사' 제재를 의식한 회계사들의 엄격한 회계감사까지 예고돼 부실규모는 정부 예상보다 더 커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2차 충격의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 했다. 서민예금자들이 또다시 낭패하지 않도록 보다 신중한 사전준비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