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회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대학 등록금 지원을 늘리되 그에 앞서 대학운영의 혁신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정부 재정정책 자문단이 권고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2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개최한 `열린 나라살림 토론회'에서 '국가재정운용계획 교육분야 작업반'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책 제안서를 발표했다.

   작업반은 보고서에서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등록금 수준은 국공립대 4천717달러, 사립대 8천519달러로 비교 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1개국 중 2위"라며 "교육기회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등록금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작업반은 특히 "최근 정부 차원에서 반값 등록금 논의가 활발한데, 이의 실현 가능성 검토가 다각도로 이뤄져야 한다"며 "등록금 문제는 대학의 재무상태, 재원조달 가능성과 방식, 국민적 공감대 등이 중요하므로 이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작업반은 "(높은 대학 등록금 수준이) 대학 기타 수입기반의 취약성, 높은 인건비, 낭비적 재정운영 등에 따른 현상일 수 있으므로 정부의 등록금 지원을 확대해 나가되, 이에 앞서 학교의 재정운영 내역을 관찰해 대학운영 혁신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선(先) 대학혁신 후(後) 등록금지원 확대론'은 등록금 문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원칙과 일치하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가진 원칙은 선 구조조정, 후 등록금 (재정 지원) 확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작업반은 `든든 학자금'의 제도 안정화 노력도 기해달라고 정부에 당부했다.

   작업반은 "대학교육기회 확대를 위한 든든 학자금 제도(ICL)는 고등교육이 보편화된 우리의 상황에서 교육복지를 구현하기 위한 의미 있는 제도"라며 "이자 부담으로 인한 이용학생 비중 저조 등의 문제가 있으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부실대학에 대해선 ICL 혜택을 제한하는 등의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작업반은 또 "2016년부터 대입정원이 고교졸업생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부실대학 증가가 우려된다"며 ▲국립대학 법인화 추진 ▲부실 사학 공개 및 컨설팅을 통한 경영개선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대학 간 인수합병(M&A) 활성화의 지속적 추진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초·중등에 편중된 교육재정 지원을 유아ㆍ고등ㆍ평생교육 등의 부문에도 균형 있게 배분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특히 작업반은 "고등교육 보편화와 인구 고령화 등 경제사회환경에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평생학습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재정부 소기홍 사회예산심의관은 "정부의 (등록금)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기하기에 앞서 현재의 등록금 수준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학교육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납세자들을 설득시킬 논리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작업반이 내놓은 정책권고안은 정부와 여당이 대학 등록금 대책 마련을 놓고 진통을 겪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은 내년부터 고등교육 재정투자를 대폭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지나친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토론회 축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반값 등록금 문제의) 해법이 빠른 시일 내에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논의에 난항이 있음을 내비쳤다.

   재정부는 이날 발표된 작업반의 제안서와 토론 결과를 검토해 내년 예산안 편성과 2011~201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에 반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