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일조부족으로 비닐하우스의 농작물이 자라지 않아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고, 갑자기 찾아온 저온 현상으로 못자리가 망가져 못자리를 다시 해야 하는데 볍씨가 없어 애태우고, 여름철에는 국지적 호우로 농경지가 침수되어 일 년 농사가 헛수고가 되기도 하고, 가을철에는 수확을 앞두고 때 아닌 장마로 논농사는 벼가 빗물의 힘을 이기지 못하여 쓰러지고 벼 알이 매달린 채로 발아가 되어 헛농사 지었다고 한숨 짓는 농부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0.74℃가량 상승하였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6대 도시의 평균기온이 약 1.7℃ 정도 상승하여 세계 평균의 2배 정도가 된다고 한다. 기후변화의 피해로 농경지가 유실되고 물 부족으로 농업기반을 약화시키며, 작물의 재배적지를 북쪽으로 이동시키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기후에서 새로운 병해충과 잡초가 등장하여 농작물을 공격하고 농작물의 수량과 품질을 떨어뜨린다.
오케 박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병해충 및 잡초에 의한 농작물의 손실은 평균적으로 약 42%에 이른다고 한다. 병해충 방제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유럽과 미국에서조차 28~31%에 이르고 있으며,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47~49%에 이른다니 정말로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농진청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벼 농사에서 병해충 방제를 하지 않은 경우 18.8%가 감수하였다고 한다.
2010년 쌀 총생산량이 429만5천t이므로 병해충 방제를 하지 않았을 경우 77만3천t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마는 것이다. 이만큼의 양은 충청남도가 2010년 생산한 79만1천t과 맞먹는 양이다.
실제로 2009년 서해안 지역의 몇 농가는 벼줄무늬잎마름병 한 가지 병으로 벼 생산량이 50%까지 감수하였다고 하소연해 왔다.
현재 한국의 농작물에 발생하는 병의 숫자가 1천767종에 이르고, 해충은 2천여종이나 된다.
지금까지 농산물 교역 등으로 외국으로부터 유입된 병은 30종, 해충은 41종이나 된다. 이 많은 병해충이 기상환경에 따라 돌발 병해충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우리가 매스컴을 통하여 익히 알고 있는 황화잎말림병, 벼줄무늬잎마름병, 갈색여치, 꽃매미, 미국선녀벌레 등 부지기수다. 농작물의 병해충은 전문 인력이 농가포장의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여 발견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이미 큰 피해를 본 후에 발견되므로 사후 약방문 격이 되고 만다. 농작물의 병해충을 전문적으로 조사하고 예찰할 수 있는 조직은 시군농업기술센터로서 이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현실은 많은 애로 사항이 있다. 관찰 장비의 노후화 및 전문 인력의 부족은 병해충의 피해를 앉아서 당하는 격이다. 향후 중앙 및 지자체에 병해충 전문 예찰단이 신설될 계획인데 이들의 역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