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홍식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작물보호과 농업연구관)
[경인일보=]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기상이변이란 말을 자주 듣고 있다.

봄에는 일조부족으로 비닐하우스의 농작물이 자라지 않아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고, 갑자기 찾아온 저온 현상으로 못자리가 망가져 못자리를 다시 해야 하는데 볍씨가 없어 애태우고, 여름철에는 국지적 호우로 농경지가 침수되어 일 년 농사가 헛수고가 되기도 하고, 가을철에는 수확을 앞두고 때 아닌 장마로 논농사는 벼가 빗물의 힘을 이기지 못하여 쓰러지고 벼 알이 매달린 채로 발아가 되어 헛농사 지었다고 한숨 짓는 농부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0.74℃가량 상승하였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6대 도시의 평균기온이 약 1.7℃ 정도 상승하여 세계 평균의 2배 정도가 된다고 한다. 기후변화의 피해로 농경지가 유실되고 물 부족으로 농업기반을 약화시키며, 작물의 재배적지를 북쪽으로 이동시키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기후에서 새로운 병해충과 잡초가 등장하여 농작물을 공격하고 농작물의 수량과 품질을 떨어뜨린다.

오케 박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병해충 및 잡초에 의한 농작물의 손실은 평균적으로 약 42%에 이른다고 한다. 병해충 방제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유럽과 미국에서조차 28~31%에 이르고 있으며,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47~49%에 이른다니 정말로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농진청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벼 농사에서 병해충 방제를 하지 않은 경우 18.8%가 감수하였다고 한다.

2010년 쌀 총생산량이 429만5천t이므로 병해충 방제를 하지 않았을 경우 77만3천t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마는 것이다. 이만큼의 양은 충청남도가 2010년 생산한 79만1천t과 맞먹는 양이다.

실제로 2009년 서해안 지역의 몇 농가는 벼줄무늬잎마름병 한 가지 병으로 벼 생산량이 50%까지 감수하였다고 하소연해 왔다.

현재 한국의 농작물에 발생하는 병의 숫자가 1천767종에 이르고, 해충은 2천여종이나 된다.

지금까지 농산물 교역 등으로 외국으로부터 유입된 병은 30종, 해충은 41종이나 된다. 이 많은 병해충이 기상환경에 따라 돌발 병해충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우리가 매스컴을 통하여 익히 알고 있는 황화잎말림병, 벼줄무늬잎마름병, 갈색여치, 꽃매미, 미국선녀벌레 등 부지기수다. 농작물의 병해충은 전문 인력이 농가포장의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여 발견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이미 큰 피해를 본 후에 발견되므로 사후 약방문 격이 되고 만다. 농작물의 병해충을 전문적으로 조사하고 예찰할 수 있는 조직은 시군농업기술센터로서 이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현실은 많은 애로 사항이 있다. 관찰 장비의 노후화 및 전문 인력의 부족은 병해충의 피해를 앉아서 당하는 격이다. 향후 중앙 및 지자체에 병해충 전문 예찰단이 신설될 계획인데 이들의 역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