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완 (논설위원)
[경인일보=]명산에는 등산객이 몰리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먹거리촌이 형성된다. 많은 곳이 무허가 불법영업으로, 매년 고발과 벌칙금, 전과자의 악순환을 거치면서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곳이 생활전선이며, 적게는 수년 많게는 수십년 장사를 해 온 터전이기 때문이다. 떠나서는 그만큼의 생활을 영위하기도, 자신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지 모른다. 자연보전구역이나 상수도보호구역 등 영업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곳에서의 영업이 이뤄진 이유지만, 당시 행정당국이 이들의 행위를 인정적인 면에서 눈감아 준 것도 한몫 했을 터다. 기간이 길어지면서 수가 늘게 됐고 개중(個中)에는 돈벌이가 커져 내놓기 섭섭하고 못마땅해 단속 등 행정기관의 법적행위에 항의하며, 불법영업을 이어가는 기업형 식당도 있을 수 있다. 시작은 몇 안 되는, 구멍가게 규모여서 인정에 끌린 면이 있었다면 끝은 한바탕 실력행사로 아수라장이 되곤 한다.

광교산 무허가 보리밥집이 철퇴를 맞았다. 인정법에 끌리고 마찰을 우려해 경고만이 연례행사였던 전례에서 탈피, 이번에는 포클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해 대대적인 원상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상수원보호와 환경개선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명제를 앞세워 수원시가 철거를 예고했고, 광교상우회에서 받아들여 자진철거키로 하면서 여타 지역에서 봐 왔던 충돌은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다.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아픔은 이들의 호소에서 느낄 수 있다. 토박이들은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업주들이 자진해 철거에 나선 만큼 시에서 상인들과 공존할 수 있는 좋은 해결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당부의 말로 아쉬움을 달랜다.

광교산은 주말이면 수원뿐 아니라 인근 수지와 의왕 등 수도권 일대의 등산객이 인산인해를 이뤄 전진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을 정도로 명산이다. 자연스럽게 등산객의 허기를 채울, 땀을 씻고 잠시 쉬어 갈 공간인 먹거리촌, 보리밥집이 생겼고 유명세를 타면서 모임을 하고 맛집을 찾는 시민들이 몰리는 명소가 됐다. 시 살림에도 보탬이 돼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특수성이 아니라면 양성화해 상권을 살리는 방향으로 조치가 이뤄졌어야 하는 곳이 광교산 밥집이다. 따라서 반대급부가 분명히 있다. 광교산과 보리밥집은 동의어처럼 연관지어져 있다. 기우일 수도 있겠으나, 즐겨 찾던 맛집이 사라졌다는 것은, 주말이면 등산객을 싣고 오던 관광차는 물론이요 수원시민들의 발길도 뜸해질 수 있다는, 그래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수대에 걸쳐 지켜온 주민들이 1971년 6월 개발제한구역 및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부터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왔다. 무허가 영업은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데 대한 보상이라는 인식이 크게 자리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상수원구역에서의 무허가 음식점 영업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 맞다. 광교산 보리밥집은 무허가 불법이 허용됐다는 데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며, 용인이 돼 왔다는 점에서 철거와 함께 이들의 생계를 위한 대책도 나왔어야 하지 않았을까. 더욱이 다툼이 10여년을 끌어왔고, 상인들과 광교산을 찾는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기 위해 TF팀까지 가동하고 있으면서도 철거 전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시의 행정대집행이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다. 또한 관선이든 민선이든 몇 대를 걸쳐 법과 원칙이 작동하지 못한 기간만큼 그곳에서 삶을 영위해 온 주민들의 생활은 고착화돼 있다고 봐야 한다. 새로운 세계를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간이 필요하며, 지금부터라도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당사자인 상인과 지역 주민, 산과 보리밥을 연상짓고 늘 그곳을 찾던 시민 등…, 행정당국만이 아닌 고른 의견을 청취하는 것도 환경개선과 지역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앞으로는 첫 단추를 어긋나게 끼우지 않도록 매뉴얼을 만드는 일에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잘못이 되풀이되면 행정당국도 시민도 모두가 고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