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60년대 어렵던 시절, 장창선 선수가 국제대회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따 카퍼레이드할 때 그랬다. 2002년 월드컵때 인천시내를 흔들어 놓았던 부평고 출신의 태극전사도 그랬다. 1961년도에 제물포고 출신이 서울대를 전체 수석으로 합격했을 때, 중앙일간지에 나온 "가자! 인천으로"라는 제목의 삽화는 또 다른 희망을 주었다. 전쟁 폐허로 어려웠던 1950년대 말에는 청룡기 3연패로 인천을 빛내 준 동산고가 있었다. 학교는 그 지역의 얼굴이요, 또한 문화와 역사다. 자신은 자신의 얼굴을 잘 모른다. 우리 지역의 학교 모습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006년 유럽에 갔을 때 외국인과 잊혀져 가던 월드컵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한국팀의 경기가 있으면 부평고 운동장에서 지역인사들과 응원단이 모여 함께 경기를 관람했다. 경기가 끝나면 아침에 학생들이 등교에 지장이 없도록 뒷정리를 했다. 이런 시민정신이 지역의 얼굴이고, 참 모습인 것 같다.
그 지역의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학교는 그 지역의 얼굴이다. 또 그 지역의 역사·문화 산물이며, 더욱이 그 지역의 품격을 나타낸다. 모든 학교는 그 지역의 역사가 될 수 있다. 문화와 사회적 역할에서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지역적 특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학교는 그 지역에 대해 존재의 의미를 주기도 한다.
학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기 위해 차별화된 생존전략으로 학교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역사의 페이지를 열어가며 인재를 키우고 있다. 서울대는 구시가지인 종로구 동숭동캠퍼스에서 관악캠퍼스로 이전해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계속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성장하는 조직으로 자리바꿈이 있을수록 다시 한 번 성장의 템포를 가질 수 있다. 교통 좋은 한남동의 단국대가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 용인의 죽전에 자리를 잡은 것도 새로운 발전을 위한 몸부림이다.
인천은 인구 수나 학교 수로 나타나는 지표에서 대한민국 3위의 대도시이다. 각종 전국대회에서 같은 수준의 위상이 나오길 모든 시민이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의 교육은 전국 순위 3위에 제대로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제대로 된 학교를 찾아 떠나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뒤에서 손가락질하는 교육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수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학교로 발전하도록 시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장기적인 학교 이전·재배치로 시민이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는 미래를 위한 계획 없이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이다. 최근 10여년 간, 학교 이전·재배치 없이 학교 신설에만 매달렸다. 지금도 많은 학교에 빈 교실이 늘고 있어, 많은 예산과 인력으로 귀중한 직접 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학교가 떠난 동숭동 지역과 한남동 지역이 또 다른 변신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면서, 근시안적인 우리 지역 교육 행정가·정치인에게 좀 더 큰 지역발전을 위한 고민을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