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정진오기자]다소 생경하게 들릴 수 있는 '단군'이 인천시민 인문학강좌의 주제로 등장했다.

'단일민족'을 얘기할 때면 그 상징처럼 따라다니는 '단군'이 현대사회의 다문화적인 패러다임에도 더욱 들어맞을 수 있는 새로운 철학적 기반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28일 열린 인천시민 인문학강좌에서 나왔다.

이날 오후 2시 인천시립박물관 석남홀에서 열린 상반기 마지막 강좌에 강사로 나온 서영대 인하대 교수(사진)는 '단군과 민족주의'란 주제의 강연에서 '단군'을 폐쇄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단군'에서 파생되는 여러가지 측면을 다문화 사회에 맞는 것으로 새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전통시대의 단군 인식과 근대의 단군 인식, 현대의 단군 인식 등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전통시대의 단군 인식은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의 개국 시조'로 봤다. 13세기 이전과 이후의 단군 인식이 다르게 보이는데, 이는 몽고 침입 등 국난 타개를 위한 내부 결속 필요성에 따른 인식의 통일 차원에서 단군을 국조로 다뤘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와서도 단군이 국가의 시조라는 인식이 확고해져 '동국통감' 등에서는 한국사의 시작을 단군에서부터 찾았다고 한다.

근대시기 역시 단군민족주의는 성행했다. 현대에 와서는 1960년대를 기점으로 그 이전과 그 이후가 확연하게 차이난다. 해방시기에서 1960년대 사이에는 개천절이 성대하게 치러졌고 단기가 공식 연호로 채택됐는데, 1961년 말부터 단기가 폐지되고 서기가 공식 연호로 쓰이면서 점차 '신화'냐 '역사'냐의 논쟁 속으로 빠졌다고 한다.

서 교수는 '단군'이 현재적 의미가 크다고 본다. 환웅과 '곰'이 혼인을 하고,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등의 이야기는 현대사회의 특질을 이루는 다문화 사회에 정확히 적용할 수 있는 사상적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인하대·시립박물관·경인일보 공동 개최